본문 바로가기
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일본 편승외교’ 동북아 평화 위협 (2005.3.4)

by betulo 2007. 3. 21.
728x90
‘일본 편승외교’ 동북아 평화 위협
북한인권법 제정 대북제재 여부 촉각 곤두
일본, 강경책 뭘 노리나
2005/3/4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북한인권법, 선박유탁손해보상보장법, 해산물 원산지 표시 엄격화, 외환외국무역법, 특정선박입항금지법… 이들은 모두 일본이 최근 추진하려는 대북강경책의 일부분이다.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북일갈등과 대북강경여론 등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부쩍 대북강경정책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평화헌법 개정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내 강경 대북정책 흐름과 평화헌법 논의, 일본 시민사회의 반응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납치문제,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일 신경전에서 시작된 일본정부의 대북강경책은 압도적인 일본국내여론을 등에 업고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정부가 납치피해자 등을 조사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탈북자를 보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북한 인권침해 구제법안’을 중의원에 제출했고 자민당도 별도로 북한인권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납치문제해결과 탈북자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설정하고 납치문제가 조속히 해결 안되고 북한 인권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소한의 인도지원을 제외한 모든 대북지원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안은 탈북자 지원 민간단체 등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6일 송민순 외무부장관 대린인과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오른

              쪽), 크리스토퍼 힐 미대사가 북한 핵문제와 관련 6자회담 재개 방안에 대한 전략을 토론하기

              위해 도착했다.  <연합뉴스>

 

한국 평화단체들은 “일본이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동참한다면 북일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평화네트워크는 “탈북자 지원 민간단체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인권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반북단체들을 지원해 대량 탈북자만 양산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3월 북일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북한인권법 통과 대북제재 실행 △인권법 통과 대북제재 유예 △인권법 통과 안되고 대북제재도 유예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대놓고 대북제재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인권법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일본내 대북여론이 강경정책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강경책을 주장할수록 유권자들의 표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당들은 경쟁적으로 대북강경책을 외친다. 더구나 민주당이 상정한 법안에 대해 자민당은 여당으로서 대북강경여론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여론도 보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라며 “대북제재는 시기와 국제여론에 따라 조심스럽게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한다. 그는 “북한인권법 제정과 구체적인 예산을 책정하고 법을 집행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대북제재를 구체적으로 실시하는 것보다는 법하나 만드는 게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외교는 전통적으로 ‘편승’외교”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손놓고 구경하고 있을 만큼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3월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인권법 외에도 일본의 대북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더 있다. 일본 정부가 쓰는 방식은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실질적인 대북제재를 하면서도 공식 제재는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을 피해갈 수 있는 방식이다. 바로 해산물 원산지표시와 개정 선박유탁손해보상보험 등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조총련 자산을 실사해서 총련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해산물 원산지 표기를 엄격하게 할 경우 북한산 해산물은 일본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이 한 해에 북한에서 수입하는 해산물․어패류는 총액 약 2천20억원(2003년 기준) 가운데 45%에 달하는 약 910억원이다.

 

선박유탁손해보상보장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북한선박은 사실상 일본에 입항할 수 없게 된다. 개정 선박유탁손해보상보장법은 선주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1백톤 이상 일반 선박으로 확대했으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선박은 입항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북한 선박들이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2.5%에 그치기 때문에 북한 선박 대부분은 일본에 들어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북한과 일본 사이에 연락선 구실을 하는 만경봉호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 평화단체들은 “한국 시민사회와 정부 모두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라며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한 활동가는 일본의 동향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털어놨다. “사실 난처한 상황입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문제만 주장할 수 없는 게 북일관계 속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입장이지요. 일본이 대북제재를 한다고 할 때 과연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기자회견을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도 없지요.”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혜로운 대처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대북제재라는 결정을 내릴 기회와 명분을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외적환경 자체를 대북제재가 돌출행동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의 대북강경 목소리를 저지하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변경시키는 것과 함께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 상황을 조속한 시일 내에 대화 분위기로 복원시켜야 합니다. 남북대화 복원도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요. 물론 하나같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손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일본 진보진영도 반북?

한국ㆍ북조선ㆍ재일 별개로 인식

 

북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는 일본 진보진영도 일본 여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북한에 호감을 갖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90년대 이후 북한에 대한 정보가 일본에 밀려오고 대포동미사일 발사, 공작선침투, 핵문제, 납치문제 등이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대북인식이 좋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사민당이 일본에서 영향력을 상실해 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일본 평화운동가 중에는 북한이 핵무장을 추진한다는 북한의 현상만 알고 본질은 못 보면서 앙상한 반핵평화 관점만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일본시민사회에서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설사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 일본 분위기에서 이성적인 접근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무관심과 격앙된 여론 사이에서 묻혀버리기 일쑤지요. 한반도문제 연구자들이 오히려 합리적 접근을 말하는 실정입니다.”

 

일본인들은 북조선․한국․재일 세 존재를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고 별개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일본 시민사회가 북핵문제, 과거사 청산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동북아 국제정세를 제대로 보는 걸 방해한다.

 

일본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이미지는 세 가지가 공존한다. △자이니치(在日)에 대한 이미지 △키타조센(北朝鮮)에 대한 이미지 △캉코쿠(韓國)에 대한 이미지가 바로 그것. 이 세 가지 이미지를 하나로 보지 못하고 각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과거 조센진(朝鮮人)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북조선 이미지로 모조리 옮겨가 버렸다”며 “일본인들이 한국에 호감을 갖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북조선이라는 ‘악역’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3월 4일 오전 6시 4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