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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인권위와 NGO관계 미정립 실망” (2004.12.10)

by betulo 2007.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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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와 NGO관계 미정립 실망”
내부관료주의ㆍ권력기관 감시 미흡 한계
전직 직원이 던지는 쓴소리
2004/12/1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인권위에서 2년 가까이 일하다 얼마 전 그만둔 양민춘씨(가명)는 인권위 얘기를 하면서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권위가 안팎으로 ‘동지는 적고 적은 많은 상황’에서 인권위를 비판한다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권위는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갖는 조직이고 구성원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인권위를 아끼는 마음에서 인권위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씨는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통해 위상을 잡았다는 점과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인권 시각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낸 점을 1기 인권위에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점으로 꼽는다. 물론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양씨는 “국가기관과 시민사회의 중간에 있는 인권위가 국가기관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정립하는 모델을 인권위가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지 솔직히 회의적”이라며 “그것이 바로 인권위 비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 설립 당시 인권단체와 생긴 갈등관계 △인권위 구성원들의 의지 부족 △공무원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내부 관료주의 등을 주된 원인으로 지적했다.

 

양씨는 “인권위법 제정 당시 법무부는 인권위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시켰는데 인권위가 그 객관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라고 꼬집는다. “당시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런 법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입장과 ‘일단 성사시키고 점차 개정하자’는 입장으로 갈라졌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사람들이 인권위 설립을 주도하게 된다. 정작 온건한 입장을 보인 사람들은 인권위에서 배제됐다. 심각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권위와 인권단체 갈등도 거기서 시작됐다.”

 

양씨는 “1기 인권위가 인권단체와 인권위의 오해를 풀고 정리했어야 했다”며 지금도 소원한 인권위와 인권단체의 관계를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들었다. 그는 “인권위법 제19조 8호는 ‘인권 옹호와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와 개인과 협력’할 것을 업무 가운데 하나로 명시했다. 인권위가 인권단체와 협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내부 관료주의 극복은 인권단체가 제기하고 인권위가 호응하면 손발이 맞을텐데 제대로 안된다”며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양씨는 “2기 인권위는 묵은 짐을 털고 인권단체와 적극적으로 화해하고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씨는 인권단체와 인권위의 관계문제 뿐 아니라 군․검찰 등에 대한 인권감시 부족, 밀실에서 이뤄지는 인권위원 선임 등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했다. 양씨는 “인권위원을 선임할 때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고민하고 활동했던 사람들이 위원으로 참여해야 법논리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을 바탕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인권위법 개정을 전제로 한 비판이다.

 

양씨는 “진정 대부분이 경찰과 교도소에 집중된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으면서 “군, 검찰, 국정원 같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수사 중이거나 종결된 사건은 조사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렇더라도 인권위가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물론 조사인력과 예산 같은 문제도 있고 초창기 조직이 막강한 권력기관에 맞선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2기 인권위는 경찰과 교도소보다는 검찰, 군, 국정원 등을 더 주목해서 감시해야 한다.”

 

인권위와 인권단체 적극 소통해야

 

인권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이 나온다. 특히 “너무 빨리 관료화된다”는 비판은 시민사회단체에서 나오는 단골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양씨는 “인권위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새로운 조직문화가 인권위에 있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 출신 비율이 60% 이상”이라며 “이들을 통제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관료주의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지 못한 점은 비판받을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실 관료주의는 국가기구인 인권위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양씨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인권단체와 인권위가 인적교류를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인권위는 새로운 인력을 인권단체에서 수혈받고 인권위도 인권단체에서 일정기간 일하면서 현장감각을 키워야 한다. 과거 운동했다는 이유로 자리 차지하고 있다면 외부에서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현장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자꾸 인권위에 들어와야 인권위가 현장성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양씨는 인권단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는 인권위 뿐 아니라 국가기관을 상대할 때 실무자보다는 책임간부나 지도부만 만나서 얘기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실제 인권위에서 일해보니 담당 실무자가 차지하는 위치가 결코 작지 않았다. 고위급만 만나려고 하지 말고 평직원들과 교류를 더 많이 하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또 하나 인권단체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인권위가 마음에 안들더라도 무관심하지 말고 견인하고 견제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2월 10일 오전 6시 5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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