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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16:42

지방교부세 개혁론

 거주하는 지역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지방자치단체에 보장해 주기 위한 제도가 지방교부세다. 안타깝게도 지방교부세 제도는 갈수록 현실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재정에서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처음으로 평균 25%를 넘어섰고 일부 광역시 자치구는 전체 예산 가운데 70%를 사회복지비로 쓰지만 정작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은 급증하는 사회복지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가 보유한 지방재정 자료를 바탕으로 비슷한 예산 규모를 가진 영남권 A군과 B시를 비교해보자. A군은 지난해 지방교부세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교부세를 B시보다 455억원 더 받았다. 
 
 A군의 기준재정수요액은 2974억원이고 기준재정수입액은 1556억원이다. B시의 기준재정수요액은 3204억원이고 기준재정수입액은 2313억원이다. 주목할 대목은 B시가 인구 수도 3만명가량 많고 사회복지사업 대상자도 1만명가량 많은 데다 그에 따른 사회복지 수요액도 798억원으로 A군보다 65억원이나 많지만, 정작 재정부족액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A군보다 보통교부세를 적게 받게 됐다는 점이다.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 A군은 B시보다 인구와 사회복지 대상자, 국고보조비 부담이 모두 적다. 수입을 감안해 부족한 재원을 보충해주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B시로서는 상당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이 존재하는 셈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법에 따르면 지방교부세는 지방행정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보충하는 재원보장기능과 지방간 재정 불균형을 시정하는 재정 형평화 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같은 기초지자체라 하더라도 군 단위가 시 단위보다 더 많은 가중치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최근 사회복지비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증가하는 사회복지비가 거의 다 국고보조사업으로 이뤄지면서 지자체로선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게 됐다. 실제 올해 A군의 국고보조사업 규모는 1801억원, B시는 2035억원으로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한 부담 규모가 234억원이나 차이 난다.
 
 이런 사실은 대도시 자치구와 군 단위에서 더 큰 차이로 나타난다. 현재 광주 북구는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비 비중이 70.1%이지만, 같은 호남권 지자체인 C군은 사회복지비가 21.4%에 그친다. 광주 북구는 전국에서 사회복지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고 기초생활수급자나 노령인구, 영유아인구, 장애인 모두 C군보다 많다. 하지만 C군이 올해 받는 보통교부세는 1207억원인 반면, 북구는 광주시가 받은 보통교부세 5208억원을 본청과 5개 자치구가 똑같이 나눈다고 가정해도 868억원이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급증하는 국고보조사업이다. 전체 지방예산에서 국고보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8%(35조원)에서 올해 37%(64조 4000억원)로 급증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사회복지분야에 몰려 있기 때문에 시·군에 비해 자치구가 훨씬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올해 A군이 집행해야 하는 국고보조사업 규모는 1801억원이고 B시는 2035억이다. 광주 북구는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3312억원, C군은 10% 증가한 1143억원으로 차이가 세 배나 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는 대략 8대2가량으로 국세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실제 쓰는 예산 비중은 4대6으로 역전된다. 바로 지방교부세 때문이다. 현재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를 재원으로 하며, 이 가운데 97%는 보통교부세, 3%는 특별교부세로 구분한다. 보통교부세는 기준재정수입액이 기준재정수요액에 미달하는 지자체에 대해 그 미납액(재정부족액)을 기초로 산정한다. 기준재정수요액은 일반행정수요, 문화환경수요, 사회복지수요, 지역경제수요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다.

 한국지방재정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방재정을 연구해온 윤영진(계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은 이에 대해 “고령인구 증가와 양극화로 인한 복지 수요 증가에 비해 경기 침체와 교부세 감소 등으로 지방재정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가장 심각한 곳은 대도시 자치구라고 할 수 있다”며 “교부세 배분기준에서 사회복지 비중을 높이고 중앙·지방간, 광역·기초간 기능 조정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전화인터뷰에서 “무상보육, 누리과정 등에서 보듯 중앙·지방 갈등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며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면서 부담은 국고보조사업을 통해 지자체에 전가하는 재정운용방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령화와 경기침체, 불평등 구조 악화 등은 사회경제적 조건이지만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배려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방재정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윤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페이고 방식이다. 그는 “페이고 방식을 적용한다면 중앙·지방 재정갈등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고, 근본적으로는 지방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재정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재정영향평가제도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등 기존에 존재하는 제도를 내실화하는 것도 한 해법”이라며 중앙정부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중앙·지방 재정조정제도 개혁과 관련, 일본식 ‘삼위일체’ 개혁을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이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강화를 위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에 걸쳐 추진한 삼위일체 개혁은 교부세와 지방세, 국고보조금 등 세 요소를 종합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삼위일체 개혁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지방세 비중은 높이고, 국고보조금은 축소 내지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며, 교부세는 지방세에 연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방교부세가 인구고령화와 사회복지비 증가 등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자 행정자치부는 지방교부세 배분기준에서 사회복지수요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제도개선을 준비중이다. 

 개선안에 따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용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는 보통교부세에서 사회복지수요를 현행 20%에서 30%로 상향조정하면 경기도는 교부액이 722억원 늘어나는 반면 강원도는 601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지자체별로 2147억원에 이르는 변동이 발생하면서 지방재정운용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지방교부세는 34조 8881억원이며 이 가운데 보통교부세가 32조 1762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료를 보면 부산은 418억원, 인천은 280억원, 대구 227억원, 광주 208억원 등 보통교부세를 더 받게 된다. 경기도 역시 보통교부세가 722억원 늘어난다. 반면 강원도가 601억원을 덜 받는 것을 비롯해 전남 476억원, 경북 437억원, 충북 265억원, 경남 156억원 등 큰 폭으로 보통교부세가 줄어든다. 같은 광역지자체라 하더라도 시는 대체로 보통교부세가 증가하고 군은 보통교부세가 감소했다.

 행자부는 1월에 지방재정혁신단을 만드는 등 지방재정 상황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개혁방안을 모색해왔다. 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재원으로 하는 부동산교부세에 대해서도 배분기준을 25%에서 35%로 확대하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행자부는 사회복지수요 비중 확대와 함께 지자체 자구노력을 유도하고 지방교부세 감액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방교부세 제도개선 방안을 7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분명한 건 그동안 사회복지비 증가로 인한 재정압박을 호소했던 광역시 자치구가 최대 수혜자가 된다는 . 반면 교부세 총액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복지수요가 적은 곳은 교부세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체로 광역시와 경기도가 교부액이 늘고 세종시와 경기도를 뺀 도에서 교부액이 감소한다. 하지만 같은 광역지자체라 해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경기도는 교부액이 722억원 늘어나지만 정작 A군은 28억원이 감소한다. 강원도 역시도 전체로 보면 601억원이 줄어들지만 C시와 D군이 각각 41억과 51억원 감소로 편차가 나타난다. 전북은 E시는 32억원 증가, F군은 30억원 감소로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

 행자부가 보통교부세 배분기준 변경을 검토하는 이유는 지자체 사회복지비 증가세가 지방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행자부가 펴낸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 개요’에 따르면 전국 47개 기초지자체가 사회복지비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전국 243개 지자체 평균인 26.2%보다 두 배 가량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사회복지비 비중이 20% 미만인 기초지자체는 57곳이나 된다.

 지역간 형평성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특·광역시 자치구와 군 지역이다. 전국 69개 자치구 가운데 47곳이 사회복지비 비중이 50%를 넘는다. 특히 광주 북구는 전체 예산 가운데 70.7%가 사회복지비다. 반면 전국 82개 군 가운데 사회복지비가 40%를 넘는 곳은 하나도 없고 51곳이 20% 미만이다. 자치구는 사회복지비 평균이 53.4%이지만 군 지역은 평균이 20%다. 지자체 재원보장과 재정불균형완화라는 교부세 존립이유가 흔들리는 셈이다.

 인구변화는 이런 추세를 부추긴다. 사회복지수요를 높일 때 가장 교부액이 늘어나는 경기도와 부산시 인구에서 0~17세 인구와 65세 이상 인구 추이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사회복지비 지출이 가장 많은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2008년에 경기도 인구 가운데 0~17세는 23.7%였고 65세 이상은 8.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0~17세는 19.7%로 감소했고 노령층은 10.2%로 증가했다. 부산시 역시 2008년 18.7%와 10.2%에서 지난해 15.3%와 14.0%로 바뀌었다.

 사회복지비와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입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를 재원으로 한다. 내국세 세입이 줄어들면 지방교부세도 줄어든다. 1991년 이후 지방교부세가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2009~2010년, 그리고 지난해 이후 뿐이다. 정부에선 일부 지자체의 예산낭비와 비효율적 운영이 원인인 양 지적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요인은 감세와 경기침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소득세·법인세 감세로 인해 보통교부세는 3조원 가까이, 종합부동산세 감세로 인해 부동산교부세 역시 3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감세 여파에 더해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지난해보다 지방교부세가 2.3% 감소하면서 106개 기초지자체가 보통교부세가 줄어들면서 재정운용이 더 어려워졌다. 2013년도 지방교부세는 35조 7246억원에서 지난해 35조 6982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담배소비세를 재원으로 하는 소방안전교부세 3141억원을 신설했는데도 34조 8881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보통교부세 배분기준 변경 추진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방재정 상황과, 갈수록 악화되는 지역간 형평성 등에 대한 행자부의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배분기준을 바꾸더라도 지방교부세 총액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 세입을 확대하지 않으면 결국 지자체 사이에 교부세 확보를 위한 경쟁과 갈등만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급증하는 국고보조사업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교부세 더 받으려면 이렇게

 정부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로 재원을 이전하는 것은 지자체 사이에 형평성을 도모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파급 효과가 큰 공공재를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지방교부세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그 용도를 제한하거나 조건을 달지 않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재원이다. 또한  지자체에 독립된 고유재원으로서 국가와 세원을 공유하는 세원 재배분 성격도 있다.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정부가 각종 ‘꼬리표’를 붙여 지자체에 요구하는 것이 제도 취지와 맞느냐는 논란이 존재한다. 지난달 31일 행정자치부가 주최한 지방교부세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다.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원은 “정부가 추구하는 재정 효율성은 지방교부세가 아니라 국고보조금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지방교부세와 인센티브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정압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자체로선 한 푼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지방교부세에 각종 꼬리표를 붙여서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기획재정부와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관료들의 일관된 방침이자 박근혜 대통령 지시사항이다. 재정확보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인센티브와 각종 감액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통계를 꼼꼼히 챙기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금을 노려라
 정부는 1997년부터 지자체 자체노력 정도를 보통교부세 산정에 반영한다. 올해 반영규모는 무려 4조 5343억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1조 4311억원은 ‘상금’, 3조 1032억원은 ‘벌금’이다. 가령 강원도는 세입확충과 세출절감을 통해 교부세를 96억원 가량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전년도 지방세 체납액이 468억원이고 올해 체납액이 337억원이기 때문에 체납액 축소를 위한 자체노력으로 교부세가 171억원이나 추가로 증가하는 덤도 있다.

 행사·축제성 경비를 절감하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B군은 2013년에 행사·축제성 경비 절감을 통해 교부세를 16억원을 받았다. 인건비 절감도 정부가 가중치를 높이려는 항목이다. 인건비 기준액이 100억원인데 결산액이 80억원으로 20억원을 절감했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교부세에 미치는 영향이 없지만 정부개선안대로라면 17억원을 교부세로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법령을 위반해 과다한 경비를 지출하는 등 지방재정 발전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면 지방교부세를 감액 조치하도록 한 감액제도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감액재원은 다른 지자체에게 상금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두 번 쓰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는 감액 액수와 사유를 인터넷 등 언론매체에 공개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 감액건수도 2013년 178건에서 2014년 255건, 2015년 263건으로 증가추세다.

 C시는 올해 청사 예정부지를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 지자체 재정 손실을 초래한 것이 들통났다. 이 지자체는 158억원을 감액당했다. 지난해에는 또다른 시가 지방재정 투융자사업 심사 의뢰 업무를 적절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억원을 감액됐다. 특히 감사원 감사와 정부합동감사가 치명적일 수 있다.

 통계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도 중요한 팁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단체장이 통계업무에 신경을 얼마나 쓰느냐 여부가 보통교부세 교부단체와 불교부단체를 가를 수도 있다. 현재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서울,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경기 고양, 과천, 성남, 수원, 용인, 화성 등 7개 지자체가 ‘기준재정수입액’이 ‘기준재정수요액’보다 큰 재정력지수 1.0 이상 지자체로 묶여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한다.

 경기도 안산시는 시장이 취임한 이래 통계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회계사도 공개채용하는 등 통계 정비에 관심을 쏟았다. 그 결과 안사시는 보통교부세를 받게 된 반면, 여건이 비슷한 E시는 재정여력이 좋다는 이유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D시가 시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더 많이 발굴해 통계에 적극 반영하면서 보통교부세 산정을 위한 기준재정수요액이 더 나온 것에 비밀이 숨어 있었다.

*서울신문 2015년 7월30일자, 7월31일자, 8월4일자에 세 차례에 걸쳐 실린 지방교부세 기획기사를 일부 수정보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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