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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김기종-리퍼트, 최근 상황에 대한 짧은 생각

by betulo 201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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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조용하지 못해서 슬픈 한국 외교

지난주에 주한미국대사인 마크 리퍼트를 김기종이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얘길 들었을 때 맨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양반 결국은 대형 사고 치는구나." 사실 김기종이라는 '범인'이 저를 알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그를 압니다. 그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이나 집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항상 개량한복을 입은 모습이었고, 태도는 예의바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썩 환영받는 사람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뭐랄까 김기종은 속된 말로 '4차원'이라고 할까, 뭔가 나사 하나 풀린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시민단체 자리에서 그 옆자리에서 '잡힌' 적이 있습니다. 예의바르게, 도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얘길 한참을 늘어습니다. 가능하면 그와 마주치거나 눈이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건, 시민단체와 연을 맺고 있는 백 명 중 아흔아홉명은 저랑 같은 생각이었을 거라 자신합니다.(나머지 한 명은 김기종...)

그는 2007년에는 공개적으로 자살하겠다고 했고 실제 분신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장 박원순을 '가짜 인권변호사'라고 주장하고 행사장에서 그를 폭행하려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주한일본대사에게 돌을 던진 적도 있고요. 하지만 대한민국을 횡행하는 온갖 개또라이들에게도 사연이 있듯이 김기종에게도 사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한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적어도 그런 사연이 있다는 것 정도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여기)

사실 김기종이 한 행동보다도 더 뜨아한 것은 주한외국대사가 흉기에 공격당하는 전례없는 불행한 사태를 기회로 여기며 사태를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가는 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100명 넘는 특별수사팀에 종북 난리법석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2년간 한국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고간 정부 행태가 갈수록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걱정스러운 사태입니다. 

순전히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냉정을 촉구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국익을 위해서라면 이번 사건을 '개인적 일탈'로 인정해야 하고, 널리 홍보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외국인이고, 이번 사건이 조직적인 행동이라고 인정한다면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겠습니까? 한국은 치안이 극히 불안한 국가이고 반정부세력이 활개치며, 공권력이 반정부세력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곳이 됩니다. 

만약 당신이 외국인이라고 이번 사건이 조직적인 테러라고 한다면 한국에 방문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겠지요. 반미주의자가 횡행하고, 역사문제로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면 미국이나 일본에서 한국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한다고 할때 어떻게 반박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에 투자하거나 한국에서 수입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기업은 또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사태지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그런 짓입니다. 

이번 사고에 대처하는 미국과 한국의 태도를 보면서 공공외교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리퍼트와 백악관의 성숙한 태도를 통해 다시 한 번 한국인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종북놀이로 국내 갈등을 폭발시키고, 미국에게는 한없이 굽히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미국인들 마음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론 충분히 조용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외교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최근 취재해서 기사를 쓴 독도 문제도 그렇지요. 때론 민간에서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내고  때론 정부에서 홍보물을 배포합니다. "독도는 한국땅입니다." 그걸 보는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독도를 저렇게 강조하는걸 보니 독도에 뭔가 문제가 있나 보구나' 하고 생각할 겁니다. 독도 문제를 크게 외칠수록 독도는 분쟁지역으로 각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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