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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 그가 말하는 외환위기 극복경험

by betulo 2014.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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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외환위기를 극복할 당시 경험과 고민을 들려달라는 질문에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는 ‘내가 그때 말이야’ 하며 자랑하고 싶은 흐믓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그는 “돌이켜보면 외환위기 당시 우리가 선택했던 정책이 옳았다”고 자신했다. 그가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니까 당시 우리가 썼던 정책을 미국이 따라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할 때는 외환위기 극복방식을 두고 미국 등과 논쟁을 벌였던 당시를 떠올리는 듯 했다.


사진= 안전행정부


6월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유엔공공행정포럼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은 마하티르는 인터뷰 내내 “외부로부터 행정혁신에 대한 요구가 있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자국에 이익이 되는지 따져본 뒤 고칠 것은 고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올해 90세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활력이 넘치는 마하티르는 말레이시아 사람이다. 의료공무원과 산부인과 개업의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한 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이나 총리로 재임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이 전형적으로 성공을 거둔 동아시아 발전모델로 말레이시아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하티르는 야당탄압과 언론탄압 등 인권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선 '박정희'와 자주 비교된다. 그는 박정희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양자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점은 그 자신도 인정했다. 차이가 있다면 박정희는 종신집권을 꿈꿨고 그 꿈을 이룬 반면, 마하티르는 종신집권을 꿈꾸지 않았고 전 총리이자 국가원로 대접을 받는다는 점이다. 


사실 박정희와 마하티르 사람 집권 당시 양국 경제정책은 유사성이 분명히 크다. 그런 점에서 나 자신 마하티르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는 것 자체가 약간은 뜻밖일수도 있겠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인터뷰해서 꼭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다. 바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그가 주도한 정책 때문이었다. 그 정책은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결정적으로 다른 경로로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마하티르가 '더' 옳았다고 생각한다. 


 1997년 태국을 시작으로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은 외환위기라는 위기에 휘청댔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선 고금리와 정부지출 축소, 기업 구조조정 등 충격요법을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국은 충격요법을 받아들였고 대규모 기업도산과 실업사태를 겪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조언’을 거부하고 투기자본을 규제하고 자본유출을 통제했다.


당시 마하티르는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비난과 압력을 받아야 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외환위기 극복 시기는 비슷했지만 한국이 자살률과 저출산 세계 1위라는 희생을 치른 반면 말레이시아는 국민건강 부문에서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를 비난했던 미국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하티르는 “당시 서구에선 우리에게 기업 구제금융을 주지 말라고 했다”면서 “그랬던 서방 국가들이 자기들에게 금융위기가 닥치니까 우리보다도 훨씬 더 규모가 큰 구제금융을 기업들에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들은 선진국에 하는 조언과 개발도상국에 하는 조언이 다르다”며 선진국들의 이중잣대,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하티르는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국가로서 법제도를 갖춰나가는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영국 식민정부는 통치하고 자원을 반출하는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주민들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 “독립 당시 전국민의 70% 가량이 빈곤선 이하 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농업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산업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외국인투자 유치는 단순히 돈을 버는게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21세기를 맞아 정보통신혁명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도전을 이겨내기 위한 정부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이 말레이시아 산업화에 중요한 참고가 됐던 것처럼 이번 포럼이 한국의 공공행정혁신 경험을 배우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안전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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