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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보건복지분야

삼포세대, 그 음울한 도미노효과

by betulo 201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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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20대는 부모 세대인 40~50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40~50대는 그 이전 세대에 비해서도 자녀교육비 부담이 급증한 세대다.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학 등록금에 취업경쟁 여파로 해외연수와 인턴 등 각종 ‘스펙’까지 갖춰도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진다. 


 자녀들이 사회에 자리잡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부모 세대 부담은 계속된다. 설상가상으로 은퇴를 눈앞에 두거나 명예퇴직 등으로 소득기반이 무너진다. 변변한 노후 대비도 못한 바람에 노후불안이 극심해진다. 이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극심한 세대간 갈등으로 표출됐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자살률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 20대 청년층은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당장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20대 청년층 고용률은 57.3%였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이다. 전체 취업자는 2000년 2115만여명에서 2012년 2468만여명으로 늘었는데 같은 기간 20대 취업자는 449만명에서 361만여명으로 줄었다. 이에 반해 청년층 비경제활동 인구는 2000년 262만여명에서 2012년 231만여명으로 늘었다. 


 일자리 질 자체도 떨어진다. 2006년 8월에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대비 20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79.9%였지만 2012년 8월에는 76.2%까지 하락했다. 한국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유독 큰 사회라는 것을 감안하면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중 20대 비중이 2012년 8월 기준 18.9%이고,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비중이 52.2%(2012년 8월 기준)에 그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학등록금과 ‘스펙’이라는 신종용어가 상징하는 취업경쟁은 젊은 세대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다. 1979년부터 1992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01년 4.79명에서 2010년 24.54명으로 10년 사이에 5배나 높아졌다. 연구진은 “에코세대의 자살률 급증은 2007년 이후 학자금 대출에 따른 신용불량자 증가, 생활고, 취업난, 학업문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위 통계에서 같은 기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자살률은 18.27명에서 40.56명으로 2.2배 늘었다는 점이다. 자살은 한국에서 10~30대 사망원인 1위, 40~50대는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한다. 20대와 그 부모 세대가 겪는 사회적 압력이 상호 악순환을 일으키는 셈이다.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2011년도)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지난 9월 열린 국민노후보장패널 학술대회에서 나온 연구결과는 삼포세대 충격이 50세 이상 중고령층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가운데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는 사람은 17.7%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절반 이상이 임시직(30.0%)이나 일용직(27.4%)이었다. 63.0%는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신문이 12월 창간한 일본어판신문 '테소로' 창간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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