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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신발 밑창도 안돼? (2004.10.10)

by betulo 2007.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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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밑창도 안돼?
입주신청기업들이 말하는 황당사례
2004/10/1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석탄공사는 조만간 북한에 석탄 50만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런데 연탄은 전략물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북지원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연탄의 원료인 석탄은 전략물자에 해당된다. 국내 한 기업은 북한에 신발공장을 세우려 했지만 신발밑창 고무가 미사일 부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신발공장을 세울 수 없었다.

 

6월5일 한국토지공사는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를 신청한 1백36개 업체를 심사한 결과 15곳을 최종선정했다. 이 가운데 4곳은 전략물자 판정 때문에 최종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2개 기업은 심사 도중 아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계약을 포기한 것도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일부 가공기계 등의 설비 반출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곳 가운데 하나인 제씨콤(통신기기와 방송장비를 생산)은 측정장비 7개가 전략물자에 포함됐다. 이재율 상무는 “해당품목은 생산공정에 맞게끔 특수 제작한 장비”라며 “개성공단에서 공장짓고 물건을 생산하는데 꼭 필요한 품목들인데 승인이 안되면 차질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국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을테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수목적용기계를 생산하는 재영솔루텍은 사출섬연기와 밀링기계에 대한 전략물자 심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재영솔루텍 관계자는 “우리가 신청한 정도의 정밀기계가 큰 문제가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요즘 정밀한 기계가 얼마나 많으냐”고 하소연했다.

 

미국 상무부 수출관리령에는 팬티엄Ⅲ급 이상의 컴퓨터가 전략물자에 포함된다. 실제 한 시민단체가 북한에 컴퓨터를 지원하려 했지만 전략물자 통제 때문에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한 대북지원단체는 컴퓨터를 북한에 지원하려고 북한 당국과 약속시간까지 정했지만 전략물자 판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컴퓨터는 못 가져가고 사람만 북한에 간 적도 있었다. 팬티엄Ⅳ급을 생산할 수 있는 북한에 팬티엄Ⅲ급을 반출하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다행히 통일부는 개성공단에 입주할 기업들이 사무용으로 쓸 팬티엄Ⅲ급 컴퓨터에 대해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략물자무역정보센터는 지난달 팬티엄Ⅳ급 컴퓨터는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정해 통일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 대북지원단체 활동가는 “어느 나라에서 몇해전 286컴퓨터 수백대를 연결해 수퍼컴퓨터를 만든 적이 있다”며 “그러면 컴퓨터 자체를 전략물자로 규정해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북지원단체에서 불만을 갖는 또다른 문제는 같은 물자라 해도 매번 전략물자 여부를 신청하고 판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양현진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대외협력팀장은 “똑같은 절차를 되풀이하는 것은 행정낭비 아니냐”며 “전략물자라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품목은 신고제로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승환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주최한 포럼에서 “전략물자통제제도 때문에 역사적인 개성공단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략물자통제제도를 엄격히 시행할 경우 전략물자와 관련없는 극소수의 산업관련 물자를 제외하고는 북한으로 반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개성공단사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 교수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한미양국이 다르게 판단할 경우 ‘한미전략물자통제양해각서’를 체결한 한미간에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미국정부가 수출관리법의 역외적용을 이용해 한국기업에 제재조치를 취하면 해당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0월 10일 오후 12시 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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