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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

오바마와 시진핑, 향후 미-중 관계는? 한국은?

by betulo 201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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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11 6일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내년 121일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끌 예정이다. 곧바로 1115일 중국공산당은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 1중전회)에서 부주석 시진핑을 공산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했다. 시진핑은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에 오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10년 임기를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1216일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선거를 치렀고 한국은 1219일 선거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일본은 정권교체, 한국은 정권연장을 선택했다. 러시아는 35일 선거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했고 북한에선 조선노동당이 4월 당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을 제1비서 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했다. 2012년은 6자회담 참가국이 모두 2012년에 지도부를 교체한 특이한 해로 역사에 남을 듯 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관계설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그것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협력 속 갈등 이중구조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곧바로 동남아시아로 향했다. 타이(1117), 미얀마(18), 캄보디아(19~20)를 방문했다. 미얀마와 캄보디아 방문은 미국 대통령 중에선 처음이다. 더 놀라운 것은 비슷한 시기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를 순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한꺼번에 아시아를 누비고 다니는 이례적인 외교활동을 통해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공식적으로 제기한 ·태 중심론을 확고하게 보여주었다. 겉으로는 미국과 중국 모두 협력을 말한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치열한 신경전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은 부인하지만 아태중심론이 중국 봉쇄론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인접국들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미국이 취하는 행보를 감안하면 낭설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오바마가 방문한 미얀마가 대표적인 친중국가이자 세계적인 지하자원 보유국이라는 점은 아태중심론이 곧 세계패권 수호와 경제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목표를 지향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남중국해 영유권갈등에 불안감을 느끼는 동아시아 각국을 끌어안고 있다.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는 것 역시 중국 견제용 성격이 강하다.(여기)


 오바마는 지난해 호주 다윈 기지에 미 해병대 주둔계획을 발표했고 인도네시아에게는 전투기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필리핀과는 군사동맹을 업그레이드했다. 한때는 철천지 원수였던 베트남과 군사·경제관계를 강화하고 중앙아시아에는 미군기지를 운영중이다. 몽골과도 꾸준히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방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중국과 국경을 맞댄 14개국 가운데 현재로선 북한 정도를 빼면 모두가 미국의 구애 대상이다. 국방예산은 삭감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아시아태평양은 예외라고 강조한다. (여기와 여기


 중국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구도다. 중국이 항공모함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국방예산을 증액시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2년도 중국 국방예산은 전년대비 11.2% 증가한 약 6702억 위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28%. 달러로 환산하면 약 1063억 달러로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에 이어 3년 연속 세계 2위다물론 공식발표를 그대로 믿긴 힘들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3월 발표된 ‘2012년판 밀리터리 밸런스를 통해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은 공식 발표보다 30~50% 많으며, 2011년도 중국 국방예산이 2001년의 2.5배로 추산했다. (1000억달러 넘어선 중국 국방비)

 

 물론 당장 급격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바마는 재정절벽 문제를 비롯해 경제회복과 수출경쟁력 회복에 매진해야 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부정부패와 양극화 해소만 해도 버거운 과제다. 그런 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당분간 경쟁과 협력이 교차하는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부시 정권 당시가 미국과 중국 경제적 협력을 표현하는 차이메리카 시기였다면 당분간은 프레너미가 되는 셈이다. 프레너미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성한 말이다. 친구이면서 동시에 적인 관계다.(여기)


 가령 중국에게 미국은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미국은 값싼 중국산 제품이 없으면 물가폭등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 연방정부 부채 162000억 달러 가운데 7%에 해당하는 1 1496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중국이 미국 국채를 한꺼번에 내다 판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양국 모두 국익을 위해 협력이 불가피하다. 갈등은 안보보다는 통상에서 시작할 것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3000억달러나 되는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40%나 된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확대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꾀하는 오바마로서는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통상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각주:1]

 

거대한 권력이동,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08년 본격화한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제 우리는 G2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게 됐다. 물론 이 용어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한다. 중국에선 이런 용어 자체를 거북스러워한다. 사실 G2라는게 현실을 호도하기 딱 좋은 표현이긴 하다. 마치 미국과 중국이 대등한 위치에 있는 듯한 착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격차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군사력은 말할 것도 없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문화적 헤게모니, 전세계 지식담론을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압도적 역량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차지하는 권력을 중국이 이어받는 것은 지금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수십년은 걸릴 수밖에 없다. 거기다 지금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그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세계 장기 경제전망보고서인 전망 2060’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분명하다. 이러저러한 내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사실 내부 문제가 없는 국가는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는 거대한 권력이동을 어떻게 대처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지혜를 모아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장은 국내문제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에 피차 갈등을 증폭시키진 않겠지만 두 나라 모두 동아시아를 무대로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은 심각한 재정압박 때문에 중국을 견제하는데 한미일 동맹을 최대한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려 할 것이다. 자신들이 제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일본 극우파 움직임을 묵인하거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모두 일본을 안보경쟁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북한압박도 비슷한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다 항일전쟁부터 이어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을 압박하면 이는 곧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탈북자 문제가 대부분 중국을 비난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이 추진중인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계(MD) 역시 명분은 북한 위협이지만 사실 핵심 목표가 중국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만 생각하며 최대 무역대상국인 중국과 대립하게 될 경우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여기)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해온 외교안보 전략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도모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취해야 할 방향은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적 관점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틈새외교가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견인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가령 4조 달러를 넘어선 동아시아 외환보유액을 공동관리하고 그 중 일부를 중국 북부 조림사업을 한다거나 북한 철도망에 투자한다면 중국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역시 동아시아 역내 수요를 창출하면 만성적인 동아시아 무역적자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여기)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 문제에서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양국 모두 한반도에서 돌발사태가 일어나는걸 원치 않는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와 이란·시리아 문제로 바쁘다. 중국은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이 최우선 목표다. 이 때문에 당분간 "한반도 문제의 한국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이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각주:2] 두 강대국간 협력과 경쟁이 교차하는 틈새를 잘 활용해 한번도 평화정착을 이루는 주체적 능력이 절실하다. 결국 모든 걸 좌우하는 것은 외부 상황보다는 내부 노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1. 서진교, 동아시아서 제2의 통상전쟁 터지나.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2년 12월호, 69-71쪽 [본문으로]
  2. 오태규, 오바마 시진핑 시대와 한반도.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2년 12월호, 144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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