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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예산기사 짚어보기

[121020] 국가안보 위협하는 국방부를 어이할꼬...

by betulo 201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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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나는 군대에 있었다. 분대장으로 훈련을 마치고 열심히 정비를 하고 있을때 대대장이 모든 대대원들을 집합시켰다. 그때 처음 알았다. IMF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를... 대대장은 고통분담을 얘기해줬다. 건빵, 맛스타는 이제부터 없다. GOP근무시 생명수당도 삭감이다. 월급도 일괄삭감한다. 명색이 병장인데 1만원도 안되는 월급 받다가 제대했다. 

뉴스마다 해외매각이니 민영화니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시 그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국방부와 한국군을 미국에 매각하면 되지 않을까?  국가예산도 아낄 수 있고 장비나 시스템도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 어차피 미군 없으면 작전도 못 세우는 군대인데다 미국이 부르면 똥싸다가도 벌썩 일어나는 분들이 윗대가리에 가득하시니 한국군이 없어진다고 별로 아쉬울 것도 없지 않겠는가. (당시에 그렇게 생각했다는 뜻이니 오해 없으시길.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여부는 묻지 마시라.

겨울철에는 혹한기 훈련을 빼고는 야외 훈련이 별로 없다. 대신 각종 영내 교육이 많다. 한번은 최신식 훈련을 하게 됐다고 해서 장비 챙겨 연병장에 나갔더니 인민군 모양을 한 표적이 줄지어 있는게 보였다. 대대 장교가 각자 소총에 어떤 전자장비를 부착해줬다. 그걸 달고 표적에 대고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기면 총탄을 사용하지 않고도 표적을 맞췄는지 안맞췄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야간사격도 그런식으로 훈련해봤다. 국방일보에는 그 장비를 사용한 훈련이 엄청 성과가 좋은 최신식 훈련법인양 소개하는 기사도 나왔다. 

그날 이후 제대할때까지 그 장비를 사용해 훈련하는걸 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어디 다른 대대에서 썼는지 아니면 내가 있던 대대 창고에서 썩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건, 그 장비를 사용한 훈련법은 전투력 상승에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저 몇십미터 밖에서 표적을 앞에 두고 사격하는 모양만 내면 표적을 맞췄다고 나오는게 뭐 그리 대단한 훈련이라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그런 장비를 도입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오늘자 국민일보 기사를 보니 당시 그 쓸모없던 훈련장비 생각이 난다. 국방장비 국산화는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지금처럼 군바리식 업무문화로 국산무기 양산하다가는 애꿎은 후배 장병들만 사지로 모는것 아닌가 싶어 불안하기만 하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욕을 먹고는 있지만 국방과학연구소는 한때 
대한민국 국군의 K-2 돌격소총이라는 (물론 단점도 있지만) 무척이나 준수한 소총을 맨땅에 헤딩하듯이 노력해서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한국형 소총 개발에 처음 착수한게 1972년이었고 K-2를 처음 채용한게 1982년, 생산시작은 1984년, 부대배치는 1985년부터란 점이다. 무기개발은 오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하는건데 요즘 최신무기 발표를 보면 번개불에 콩구워먹으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국민일보는 이에 대해 "군대 특유의 실적주의가 만연하면서 '빨리빨리 대충대충' 풍조가 무기 개발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예산, 과도하게 요구된 성능, 빠른 개발시한..." 등을 지적했다. 

이제는 법무부가 검사 천하라 법무행정에 문제가 발생하듯이 국방부도 군인 천하라 뒤죽박죽이 되는건 아닌지 고민좀 해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서 현직 군인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조직문화를 새롭게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고언을 드리고 싶다. 그래야만 무기도입과 전력증강이 '군대식' 논리에서 벗어나 좀더 장기적으로 전략적 관점에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국방부를 민영화하자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의 공격을 어찌 방어하시려고 이러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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