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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갈수록 태산, 새만금을 어이할꼬

by betulo 201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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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전라북도다. 20년 넘게 삽질을 이어가고 있는 새만금은 어쨌든 고향얘기라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새만금은 여러모로 4개강과 비슷하다. 완전 개 삽질이라는 점이 그렇고, 삽질을 삽질이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들이 있는것도 그렇다. 도대처 왜 시작했는지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삽질을 덮기 위해 더 많은 삽질을 계속하고 있는게 똑같다.  

요 며칠 사이에 본 새만금 기사는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서울신문 2012년 4월18일자 <새만금 지구 '소금 흙바람' 골칫거리> 기사에 따르면 새만금방조제로 바다를 막아버리면서 육지 아닌 육지가 돼 버린 매립지에서 소금기를 가득 머금은 먼지가 날려 전라북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전북도의원 조병서(부안2)는 16일 개원한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일반 육지 토양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달리 입자가 작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물안개처럼 공중으로 떠올라 멀리 날아간다."면서 "살수차로 물을 뿌려도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고 염생식물을 대량 파종하면 생태계를 교란시켜 벼농사에 치명적인 애멸구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서울신문 4월24일자 <준공 2년... 새만금 관광객 썰물>에선 2010년 4월27일 새만금방조제를 준공해 완전개방하면서 그 해 845만명에 이르렀던 방문객이 지난해 570만명으로 줄어든 뒤 올해는 4월22일까지 12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만명 가량 줄었다고 한다. 2010년에는 횟집 등 각종 상점이 450곳 가량 됐는데 지난해 말까지 휴폐업한 곳도 348곳이나 된다. 

기사는 새만금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발'도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언급한다. "새만금에 3조 3000억원을 들여 국제해양레포츠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던 미국 패더럴 디벨롭먼트사와 옴니홀딩스그룹의 투자협약은 물거품이 됐다. 전북개발공사가 추진해 온 부안지구 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착공 3년만에 공사를 중단한 채 소금먼지만 날리고 있다."

사실 새만금이 이모양이 될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태였다. 다만 정부나 전북도나 인정하기 싫어서 모른체하고 있을 뿐. 노태우가 대선 승리를 위해 내놓으며 첫단추를 잘못 꿰기 시작한 새만금은 지금도 20년 넘게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사기극으로 계속되고 있다. 

예산 문제만 봐도 새만금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지 드러난다. 
국토연구원은 2010년 12월22일 ‘새만금 종합개발 계획안’을 공개하고 공청회까지 열었다. 이 계획안은 그 해 1월 발표한 ‘새만금 기본구상’에 따라 복합도시, 농업용지 등 토지이용과 간선 교통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시 
국토연구원이 밝힌 내용만 놓고 봐도 총 사업비가 20조 8000억원이나 된다. 용지 조성비가 13조원, 항만과 배후단지조성 등 기반시설 건설비용이 4조 8100억원, 수질개선 비용이 2조 9900억원 등이다. 그나마 비용 문제 때문에 매립면적을 원래 계획보다 대폭 줄인게 이정도라고 한다. 참고로 1991년 기준 사업비 추정치는 6조 1475억원이었다. 1998년에는 13조 5818억원이었다. 

예상 사업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그럴수록 완공은 갈수록 머나먼 다리가 될 뿐이다. 경향신문 당시 보도를 보면 새만금 말고도 전국에 경제자유구역이 다섯 곳이나 있다. 꼭 새만금이어야 한다 싶은 입지조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처럼 예산압박도 심한 시절엔 더욱더 사업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혹은 그 핑계로 차일피일 후임으로 떠넘길 뿐이다.) 

지금이라도 새만금을 원점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그건 4대강 보(라고 읽고 댐이라고 쓴다)를 폭파시켜 버려야 한다는 독일 환경학자들 주장을 떠올린다면 새만금 방조제라고 폭파시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올해는 대선이 있는데 그 정도 용기는 고사하고 새만금 사기극에 동참하지나 말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위 지도 두개를 유심히 비교해보자. 왼쪽은 처음에 새만금사업을 할 때 정부가 내세웠던 조감도다. 대규모 농지를 개발한다는게 애초에는 주된 사업 명분이었다. 그렇게 수십년을 하다가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농업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한미FTA를 체결했다. 그 와중에 새만금사업은 농지확보는 온데간데 없고 대규모 국제업무단지와 위락시설과 관광단지에 레포츠단지 등 드기 좋은건 다 들어가는 종합지역개발사업으로 변신했다. 바로 이 '지역개발'이라는 담론이 수십년 넘게 전라북도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고 있다. 

2010/12/23 - [예산생각] - 새만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2009/04/07 - [내기사/취재뒷얘기] - 새만금과 대운하는 닮았다

2008/09/07 - [예산자료실/예산뉴스] - 새만금 사업비 2배로..환경 문제도 (연합. 0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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