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자이툰부대 파병 저지하겠다" (2004.8.2)

by betulo 2007. 3. 14.
728x90
"자이툰부대 파병 저지하겠다"
반전평화단체, 경기도 부대 앞서 저지결의대회 가져
민주노동당 "철군 결의안 여야 의원과 함께 제출할 것"
3일까지 철야농성 벌일 계획
2004/8/2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파병하면 한국은 전범국가가 되고 한국인은 전범국 국민이 된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의 만행을 규탄할 자격이 없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다.”

 

지구당 당원들과 함께 특전교육단 앞 파병저지 결의대회에 참가한 황상윤 민주노동당 관악갑지구당 분회장은 단호한 어조로 “세계 모든 평화세력과 손잡고 파병을 막아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그가 말하고 있는 중에도 하늘에선 헬리콥터가 계속해서 낙하산들을 뿌리고 있었다.

 

자이툰부대 선발대의 출발이 임박해짐에 따라  파병반대운동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2일 낮 3시40분경 경기도 광주시 특전교육단 앞에서 ‘자이툰 부대 파병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특전교육단은 자이툰부대원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곳. (왼쪽 사진: 윤여관 문화연대 집행위원이 미군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부대 정문 2백미터 앞을 막아선 가운데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동당, 한총련 통일선봉대, 평화유랑단,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4백여명이 참가해 “이라크 파병은 건너지 말아야 할 마지막 강”이라며 정부에 강력한 규탄 의지를 전했다.

 

특히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 문정현 신부, 한상렬 목사 등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단식을 벌여 온 원로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집회참가자들이 직접 자이툰부대원들에게 쓴 평화편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에게 제지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집회참가자들은 몸싸움 끝에 부대 정문까지 진출했으며 밤 9시 40분 현재 정문 앞에서 농성중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향후 투쟁 대응방안을 논의중이다.

 

낮 1시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사전결의대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버스 2대를 타고 특전교육단 앞에 3시쯤 도착했다. 이들은 3일까지 철야농성을 벌이기 위해 농성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한 상태로 집회를 시작했다.

 

 

            경기도 광주 특전교육관 앞에 모인 4백여명이 파병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화풍물패가 ‘평화의 소리’를 주제로 한 풍물공연을 펼치면서 이날 결의대회가 시작됐다. 한상렬 목사가 1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표단을 대표해 첫 연설을 했다. 한 목사는 “김선일씨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우리 힘이 너무나 약해서 김선일씨를 살리지 못했다”며 “김선일씨의 절규가 다시 들리는 듯 하다”고 울부짖었다. 그는 이어 “우리들은 지금 투쟁이 새 역사를 만들 것이란 걸 잘 안다”며 “낙관하는 마음을 갖고 전진해 새 역사를 만드는 불씨가 되자”고 호소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는 “매향리 투쟁이 생각난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허허벌판에 있는 철조망 앞에 처음 섰을 때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승리했다”고 말해 파병반대운동을 매향리 투쟁에 빗댔다. 천 의원은 “우리는 실패할 수도 있지만 후세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천 의원은 이어 민주노동당의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자이툰 부대 철군 결의안을 여야 의원들과 함께 제출할 것”이라며 “임시국회에서 파병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부터 얼굴을 하얗게 분장하고 미군복장과 총을 든 채 미군의 모습을 형상화했던 윤여관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어야 평화를 만들 수 있는데 노 대통령은 권력에 대한 감수성만 있는 사람”이라며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광화문에서 농성에 참가하고 있는 최종수 신부는 “우리가 광화문에 10만만 모였어도 김선일씨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며 “게가 갯벌 속으로 들어가듯이 하늘 아래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마음 뿐”이라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독립기념관에 가면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많이 전시했다”며 “이라크인들이 나중에 독립기념관을 세우면 부시와 노무현을 같이 전시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은 도대체 양심이 있는 사람인가”라며 노 대통령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평화유랑단 노래패 별음자리표가 반전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자 흥이 난 평화유랑단

              단원들이 플라스틱 병으로 땅을 치며 흥겨워하는 모습.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은 “이수호 위원장이 단식을 하다가 지금 병원에 있어서 대신 연사로 나섰다”며 “오늘 자이툰부대원들을 위해 환송만찬을 정부가 열어준다고 하는데 그 만찬은 죽음의 만찬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3일까지 부대 앞에서 철야농성을 계속한다. 선발대 파병시 오후 7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7일에는 파병철회 주말 집회 투쟁을 벌이며 15일에는 이라크 파병철회, 굴욕적 한미동맹 규탄 국민대회(가칭)을 광화문 근처에서 낮 3시에 개최할 계획이다.

 

글/사진=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자이툰부대원들 2일 가족들과 특별면회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말 듣고 지원한 사병들이 대부분”

집회 참가자 이정심씨는 집회 시간을 잘못 알고 자가용으로 광주 특전교육단 앞에 아침 11시에 도착했다. 마침 자이툰부대원들 가족면회가 열리고 있었고 이씨는 면회객들과 함께 부대를 잠깐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씨는 “면회가는 사람들 가운데 자가용이 있는 사람들은 일부일 뿐이고 대다수는 보따리에 먹을 것을 챙겨서 부대로 들어가더라”며 “한눈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내일 파병되기 때문에 오늘 특별면회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한 면회객한테 ‘자이툰부대원 대부분은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믿고 자원한 장병들’이란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사병 월급은 2만원 가량이지만 자이툰부대원 월급은 2백만원 플러스 알파라고 하는 얘기도 들었다”고 귀뜸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8월 2일 오후 12시 5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