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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17대국회, 각 정당과 시민사회 관계(3) 민주노동당

by betulo 2007.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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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만 말고 앞으로 나오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 전담 부서 없어...정책기획실이 전담예정
"시민운동 진보·보수 이데올로기 분화 거쳐야 한다"
2004/7/3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17대 국회가 이전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여야3당 모두 시민사회와 파트너십 구축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은 시민사회국, 한나라당은 국민참여위원회, 민주노동당은 정책기획국이 시민사회 관련 업무를 도맡게 된다.

여야3당은 각자 상황에 따라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드러난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비해서는 원활하지만 핵폐기장, 이라크파병 등 관계발전에 발목을 잡는 사안이 끊임없이 터지는 게 고민이다. 한나라당은 “시민단체가 선거때마다 발목을 잡았다”는 원망과 “시민단체를 아군으로 하지 못하면 정권탈환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뒤섞여 있다. 민주노동당은 다른 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긴장관계도 만만치 않다. 전체적으론 개혁과제에선 협력에, 진보과제에선 긴장에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편집자주>


③ 민주노동당


시민사회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정작 그동안 시민사회 담당 부서가 없었다. 앞으로는 정책기획실이 시민사회 관련 업무를 전담할 예정이지만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당직자들도 시민사회단체 출신이 많아 부서별로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자연스럽게 접촉한다.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36명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출신은 16명이나 된다. 연구원들은 자신이 활동하던 분야에서 고민하고 연구했던 정책대안을 민주노동당 정책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재영 정책실장은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의 관계는 다른 정당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원활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노동당은 창당준비위 시절이던 지난 99년에 이미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과 공동전략팀을 구성해 일상적인 사업협의와 이중멤버십을 통해 상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당시 이들 단체들은 이미 민주노동당으로 인력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지금도 민주노동당은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환경․인권단체를 비롯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과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한다.

 

17대 총선 때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약개발단을 구성했다. 공약을 개발한 다음 이를 다시 단체에 제한적으로 회람시켰고 여기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총선공약이 나왔다.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정책을 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상가임대차보호법과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이다.

           

           
             한국군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의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 서울극장앞에서 영화 "화씨911"개봉에 맞춰 시민들에게 파병반대 캠페인을 벌이
                고 있다. 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물론 민주노동당의 모든 정책이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나오진 않는다. 부유세 공약은 위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2001년에 참여연대, 민주노총과 함께 조세팀을 만들 당시 민주노총은 자영업자 소득파악, 참여연대는 과표현실화, 민주노동당은 부유세를 주장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17대 총선 이후에는 의원단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사회 각 분야를 포괄하는 사회개혁과제를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도 △정책대안 청취 △법률안 공동준비 △입법전략 공동 모색 △기자회견과 시위 공동주최 등을 계속할 계획이다.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가 항상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아니다. 긴밀하게 자주 만나는 만큼 ‘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선거 때마다 시민사회단체 일부에서는 녹색당 창당 얘기가 나왔다. 지난 3월 탄핵국면에 민주노동당이 양비론 입장을 취했던 데 비해 시민사회단체는 탄핵무효촛불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민주노동당에선 “탄핵 가결엔 반대하지만 탄핵국면 자체가 총선용이며 거기에 휘말리면 안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많은 당직자들이 “탄핵에 대한 태도의 강도와 투쟁의 수위, 시간 투자를 시민단체만큼 과도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한 정책위원은 “시민단체는 여전히 민주-반민주 구도만 중심에 놓지만 민주노동당은 그런 인식에 회의적”이라며 “97년 대선 이후 민주-반민주 구도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시민단체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모든 사안이 탄핵으로 집중되면서 탄핵 못지않게 중요한 수많은 과제가 희석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시민운동 일부에서 나왔던 녹색당 논의를 바라보는 입장도 썩 곱지는 않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메뉴”라는 인식부터 “녹색당이야말로 진정한 반체제운동인데 지금 시민운동에 그만한 역량과 자세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이선 의식(후방 의식)’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당, 노조, 정치, 언론 등을 일선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은 비판하고 견제하는게 본분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정책실장은 “시민사회는 교류하는 것이다. 노조나 정치권으로 진출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으로 갈 수도 있다”며 “적극적인 개입의지를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진보적 시민운동이 민중운동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시민권에 정면도전하는 보수적 시민운동과는 동류의식으로 무릎을 맞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시민운동 내부에서 이데올로기의 분화를 거쳐야 한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어차피 함께 가야 할 길”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

 

-그간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평가해달라.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관계를 시민운동과 민주노동당의 관계에 대입해보면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철폐, 이라크파병반대 등 개혁과제에선 긴밀한 협력에 무게중심이 있다. 하지만 진보적인 과제에 대해서는 긴장관계에 어느정도 무게중심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총선을 겪으면서 시민사회운동진영은 전략적으로 운동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총선이전에는 대안정당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시민운동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긴장․경쟁 관계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보와 개혁 정치세력이 17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시민사회가 하던 대안정당 구실은 자연히 민노당과 개혁정치세력에 상당 부분 넘어갈 수밖에 없다. 물론 상황이 바뀌었다고 시민사회운동의 자기역할과 임무가 없어진 건 아니다. 다만 내용이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보나

 

△총선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은 원외정당과 원내정당으로 바뀌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예전 거리정치에서 의정활동과 입법활동으로 중심이 옮아갔다. 전보다 더 긴밀한 관계가 필요하다. 시민사회가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많이 도와줬듯이 앞으로도 긴장과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시민사회에서 정책생산한 개혁과제를 민주노동당이 받아 안고 의회에서 의제화․입법화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총선 이전에는 시민사회가 개혁과제 논의를 선점했다. 총선은 새로운 운동지형과 대응방식을 요구한다. 옛날같은 백화점식 운동은 이완될 수밖에 없고 시민사회의 대안정당 구실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다. 그 줄어드는 부분을 민주노동당이 담당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축적해온 개혁정책의제들을 민주노동당이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전수받아 원내 의제화해야 한다. 일상적이고 내용을 채우는 긴밀한 관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총선 이후 의원단이 남원 워크숍에서 의정활동 방향과 전략 논의했다. 당시 ‘개혁시민네트워크’를 구성하자고 합의했다. 참여연대와 지난 6월 참여연대 전문가 그룹과 의원단이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에 따라 관련 시민사회단체를 만나 자료도 받고 조언도 구하고 있다.

 

나는 문화관광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언론노조, 언론개혁국민행동, 문화연대, 민예총 등 연관된 단체들이 많다. 이들과 긴밀하고도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정책을 생산하고 원내에서 대응하고 있다. 국회에서 개혁과제를 공론화하고 여론을 일으켜 입법으로 관철하기 위해서는 원내만으론 안된다. 시민사회가 원외에서 압박하고 국민여론에 호소하는 게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도 민노당과 개혁세력의 확실한 제휴와 연대가 절실하다.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동안 시민사회운동은 한국사회를 개혁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자기 영역을 분명히 하고 전문성을 더 가지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장성과 대중성도 살려야 한다. 개혁 성과를 ‘누가 선점하느냐’를 불식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소모적인 경쟁으로 역량을 소모하고 대중들이 등을 돌리게 해선 안된다. 사실 더 많은 전문성을 요구받는다는 점에서는 민주노동당도 다르지 않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7월 30일 오전 6시 5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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