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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복지국가라고 다 같은 복지국가가 아니다

by betulo 201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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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ing-Andersen의 복지국가유형론   

‘상전벽해’란 말이 아깝지 않다. 복지포퓰리즘 망국론을 외치던 바로 그 분들 사이에서 이제는 복지국가 소리가 울려퍼진다. 막말로 개나 소나 복지국가다. 참여정부 후반기 미약하게 시작됐던 ‘보편적 복지국가’ 정책담론은 이제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조그만 우려도 생긴다.


두서없이 난무하는 복지 소리에 자칫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가’ 라는 중요한 질문이 묻혀 버리지나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주목해야 할 학자가 바로 에스핑-안데르센(G. Esping-Andersen)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일찍이 자유주의, 조합주의, 사회민주주의라는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탈상품화 정도’와 사회적 계층화가 이루어지는 유형과 정도, 복지제공에 있어서 국가와 시장의 역할분담 정도와 형태 등을 주된 기준으로 삼았다(윤영진 외, 2007: 86). 


여기서 탈상품화 정도란 개인이나 가족이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수준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 즉 노동시장에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국가가 어느 정도 수준의 급여를 제공해주느냐 하는 것이다. 사회계층화는 사회적 계층화가 이루어지는 유형과 그 정도를 보여주는 측정치로 구성된다. 국가와 시장의 상대적 역할 비중은 GDP대비 민간기업연금 비중, GDP대비 공적연금 민간연금 개인연금 비중, 총 연금지출 중 사회보장연금 공무원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의 비중, 65세 이상 노인가구주 가구의 소득원천구성 등 네 가지로 측정한다. 에스핑-안데르센이 제시한 유형분류는 이후 많은 연구에서 준거점으로 자리잡았다(윤영진 외, 2007: 86~87).


에스핑-안데르센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복지제도와 복지재정에 대한 비교국가적 이해에 도움이 되는 반면 동아시아나 남유럽은 그가 제시한 기준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 역시 에스핑-안데르센 유형분류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윤영진 외, 2007: 90~92). 

●자유주의적 복지국가

먼저 자유주의적 복지국가(welfare state of liberalism)를 보자. 이 유형은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나타나는 유형이다. 앵글로섹슨 모델 혹은 영미식 모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징은 저소득층 구제, 즉 공공부조에 초점을 두고, 집행도 엄격한 선별과정을 통해 낙인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탈상품화 효과는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이에 따라 본 유형은 가장 낮은 수준의 사회복지정책을 나타낸다.


자유주의적 복지국가는 시장을 근원으로 하는 개인주의적 연대양식을 강조한다. 국가개입은 최소로 줄이고 탈상품화 정도는 매우 낮다. 국가나 가족의 역할은 주변적인 반면 시장의 역할이 매우 크고 시장이 사회적연대의 중심 근원지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사회복지비 지출 수준이 낮고 GDP에 대한 조세나 사회보험료 비중도 낮은 나라들이라고 한다(윤영진 외, 2007: 87~88).

●보수주의적 복지국가

보수주의적 복지국가(welfare state of corporatism)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대륙국가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이다. 사회보험을 활용해 직업별․계층별로 다른 종류의 복지급여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 차이가 그대로 유지되는 행태를 보인다. 시장이 주변적인 반면 가족 역할이 중심적이고 국가가 이를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사회적연대의 근원지가 가족이며 국가는 이를 지원하고 보완한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능력에 따른 사회정의를 지향하며 복지제도는 기존 사회계층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일제로 일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입각해 사회보험 중심으로 복지제도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윤영진 외, 2007: 88, 96).


이 유형은 가톨릭사회정책과 국가사회주의라는 두 가지 역사적 유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Arts & Gelissen, 2002).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welfare state of social democracy)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국가에서 나타나는 유형이어서 스칸디나비아 모델로 부르기도 한다.


보편주의적 원칙에 따라 복지급여는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중간계층까지 포함하고, 복지의 재분배적 기능을 활용하여 최저생활 이상의 평등을 추구한다. 국가 역할이 가장 중심적이며 가족이나 시장의 역할은 주변적이다. 사회적연대의 근거도 국가이며 매우 보편주의적인 방식으로 복지서비스와 급여를 제공한다. 탈상품화 정도가 매우 높고 시장이나 민간보험 역할이 작다. 국고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보편적인 공공서비스 프로그램이 발달해 복지제도가 평등을 실현하는 중심 기능을 한다(윤영진 외, 2007: 88)


복지재정은 일반적으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로 나눈다. 사회보험이란 노령연금(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을 말한다. 사회복지서비스는 대상에 따라 노인, 장애인, 아동, 여성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말한다.



●스웨덴이 공공부조 비중 미국보다 작은 이유는

얼핏 생각하면 복지천국이라는 스웨덴에선 공공부조 지출규모가 대단히 클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선진국 가운데 가장 작은 편이다. 미국이나 영국보다도 비중이 작다.


“스웨덴은 다른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풍부한 지출을 하기 때문에 빈곤상태에 놓인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예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보다 더 좋은 복지정책이다(윤영진 외, 2007: 43).”


여기서 영미식 모델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경기불황 등 이유 때문에 실업자가 늘어난다. 실업급여가 없으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 실업급여를 제공한다. 그리고 공공부조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재정긴축한다며 복지예산 삭감해버리면 이들은 더욱 더 궁지에 몰린다. 소득세를 내고 싶어도 소득이 없어 소득세를 못낸다. 부가가치세를 내고 싶어도 물건을 살 돈이 없어 부가가치세도 못낸다. 정부재정은 말라간다.


스칸디나비아 모델은 정 반대 순환구조를 지향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없도록, 모두가 자기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시켜주고 직업알선도 해주고 직장 다니면서 재교육도 적극 지원하자. 그리하여 가난한 사람을 줄일 수 있는만큼 줄이는 거다. 그럼 오히려 복지예산을 줄일 수 있다. 실업에서 탈피한 사람들은 소득세도 낼 수 있다. 월급 받아 소비도 할 수 있다. 그럼 정부 세입도 늘어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자세


에스핑앤더슨(1996, 1999)에 따르면 세계화의 영향에 대응하는 방식도 각국 복지제도 유형에 따라 제각각이다(윤영진 외, 2007: 95~97).


자유주의 복지체제에서는 완전고용과 건전재정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복지후퇴를 실행한다. 소득불평등이 증가하고 빈곤심화 우려가 높아진다.


보수주의 복지체제에서는 높은 실업률이 사회전반 복지수준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 미친다. 소득평등과 건전재정을 위해 완전고용을 포기하는 전략 실행한다. 세계화가 심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기혼여성을 가정에 머물게 하고 조기퇴직 실시 등으로 노인인구 경제활동참가율을 낮춤으로써 성인남성의 실업률을 낮추려는 전략 사용한다.


사민주의 복지체제는 완전고용과 소득평등 유지를 고수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사용과 복지제도축소는 최소화하려 한다. 세계화에 맞서 오히려 아동과 청년세대에 대한 사회투자적 지출을 더 늘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참고문헌

윤영진·이인재·곽채기·김은정·김태일.(2007). 『복지재정과 시민참여』, 나남.

Arts, W. & Gelissen, J.(2002). Three worlds of welfare capitalism or more?. Journal of European Social Policy, 12(2): 137~58.

Esping-Andersen, G.(1990), The Three World of Welfare Capitalism, Princeton Univ.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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