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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아빠성장일기

못해도 해보라 하는것과 못한다며 해주는 것의 차이

by betulo 201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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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놈이 요새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내가 할래!"다. 뭐든 자기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 자기가 할 수 있는데 시간관계상 대신 해주면 짜증을 낸다. 특히 새로운 것, 신기해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꼭 자기가 하겠다고 덤빈다.

물론 무리한 요구도 많다. 그래도 왠만하면 직접 해보라고 하는 편인데 인내심만 조금 가지면 서로 즐거운 놀이하듯이 할 수도 있다.

한번은 설거지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해보라고 했는데 보통 혼자 하는 설거지보다 시간이 열 배는 더 걸렸던 것 같다. 그릇 깨먹을까봐 신경써야 하고 싱크대 밑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물까지...그래도 아들놈은 굉장히 즐거워했다. 물론 보기보다 중노동이란 걸 알았는지 그 다음부터는 자기가 하겠다는 말을 별로 안한다.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보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처음엔 어설프고 시간도 오래걸리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넌 잘 못하잖아' 하며 대신 해주면 계속 못할 것이다.

젓가락질 잘 못한다며 계속 아이에게 떠 먹여 주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아이는 여섯 살이나 됐지만 여전히 젓가락질을 못했다. 해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자꾸 떠 먹여 주니 젓가락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들게 된다.

처음에 울아들이 젓가락을 해보고 싶어했는데 역시나 바닥에 엄청나게 흘리고 옷에 음식 다 묻히고 난리도 아녔다. 그래도 자기가 재미있다고 계속 하고 우리도 계속 격려해줬다. 지금은 물론 에디슨젓가락이지만 젓가락으로 콩도 집는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밥은 자기 손으로 떠 먹는 걸 당연시하니 처음엔 불편했던 아내도 지금은 다른 선택을 했던 엄마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아이 밥을 먹일 수 있다.

옛말 틀린게 하나도 없다. '첫 술에 배부르랴'와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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