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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건강재정'을 원한다면 북유럽 4개국처럼

by betulo 201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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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 시내 전경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그리스 아일랜드 등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를 들쑤시는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실한 안정세를 유지하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과도한 재정긴축이나 복지지출 삭감 없이 건강한 재정상태와 낮은 실업률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장 유럽연합 통계청이 내놓은 재정관련 지표만 봐도 북유럽 4개국은 독야청정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지난해 기준 유럽연합 평균 재정적자가 6.4%인 반면 덴마크는 2.7%, 핀란드는 2.5%, 스웨덴 0%를 기록했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10.5% 흑자를 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도 유럽연합 평균 80%에 한참 못 미친다. 핀란드는 48.4%, 노르웨이 44.7%, 덴마크 43.6%, 스웨덴 39.8% 수준이다. 실업률도 노르웨이 3.3%, 덴마크 7.1%, 스웨덴 7.4%, 핀란드 7.9%로 유럽연합 평균 9.5%와 대조를 보였다.




 북유럽 4개국이 남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건강한 재정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북 유럽 국가의 재정건전성 차별화 요인보고서에서 6가지 요인을 제시한 것이 유용한 참고가 된다.





먼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3개국은 1990년대 초반 금융규제완화와 자산거품으로 금융위기를 겪었고 덴마크도 비슷한 시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강력한 예방주사를 맞았고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턴 재정건전화를 달성했다.


 특히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조세부담률을 높게 유지한 것은 재정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가령 1985년과 2006년 스웨덴 국민부담률(세금에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기여금까지 포함한 수입의 GDP 대비 비율)47.3%에서 49.1%로 증가했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행정은 국민들의 신뢰를 이끌어내 조세저항 등 갈등요소를 최소화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강력한 복지정책으로 빈곤층 자체를 억제함으로써 실업보험 등 재정적자 빌미를 사전에 차단한다.[각주:1] 이는 빈곤층 증가로 인한 세수감소를 경험한 여타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부분에서 나는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사회복지 효율화; 지출감소" "(1990년대 초반) 재정위기를 경험한 이후 복지지출을 감축하는 조치를 감행하여 재정건전화에 기여"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바로 아래 나와있는 사회보장지출 추이 표를 보자.

 

스웨덴의 경우 1995년 34.3%에서 2005년엔 32.0%로 10년만에 2.3% 줄었다. 노르웨이는 2.6%, 핀란드 4.8%, 덴만크 1.8% 줄었다. 줄은 건 맞지만 과연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제시하는 것만큼 큰 요인인지는 모르겠다. 북유럽 4개국처럼 반세기 넘는 복지정책을 편 국가들이라면 이정도 미세조정을 할 여지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말 그대로 효율화가 초점이 아닐까.

2004년 6월에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와 신자유주의를 주제로 한 전화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조 교수는 한국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공공성과 복지정책이 고도로 발달한 유럽에선 신자유주의 개혁이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북유럽 4개국의 복지 효율화와 지출감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복지 후퇴'로 볼 수 없다는 건 북유럽 4개국의 국민부담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김창환 캔사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지지출 강화를 통한 소득재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방안에 대해서는 최고소득세율을 높여야만 복지 국가가 된다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복지국가는 부자에게만 세금이 많은 것이 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걷는다.”면서 복지국가의 높은 세율은 상당 부분이 높은 간접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각주:2]


신정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전화인터뷰에서 "북유럽 4개국은 개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도 높은 반면 법인세는 낮은 편이다.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만 놓고 보면 북유럽 4개국보다 오히려 미국이 더 철저하다."면서 "복지국가를 가르는 관건은 오히려 있는 예산을 얼마나 사회복지에 지출하느냐다. 북유럽4개국은 예산의 절발 가까이를 사회지출에 쓴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이 제조업 시대는 저물었다며 서비스업만 중시한 반면 북유럽 4개국은 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했고, 이를 위해 연구개발과 교육 등 미래를 위한 지출을 확대했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져 높은 재정수입을 가능하게 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온다는 것은 여러모로 격세지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근 보고서에서 언급한 두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인텔 전 회장 앤드 그로브는 지난해 비즈니스위크 7월1일자 기고문에서 "미국의 일자리 부족 현상은 제조업의 가치를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게리 피사노 교수와 윌리 시 교수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2009년 7.8월호에 게재한 '미국의 경쟁력 회복'이란 논문에서 미국의 경제정책을 제조업 중심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R&D와 서비스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견해는 최근 제조업 생산 현장의 믿을 수 없을 만큼 지식 집약적 속성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자그디시 바그와티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2011년 7월 초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두고 지상논쟁을 벌이기도 했다.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710 

 이와 관련, 신정완 교수는분배와 복지, 성장이 선순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가 상당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강한 사회복지정책을 유지하는 기반 위에서 산업 혁신을 이루는 모델이 임금을 억제하고 복지를 희생하는 모델보다도 더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

  1. 2011년 1학기 사회복지정책론 대학원 수업 당시 강조한 내용이다. [본문으로]
  2. http://sovidence.tistory.com/45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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