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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순회특파원(2011)

영국, 막장 향해 돌진하는 교육 양극화

by betulo 2011.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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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학교육 빛과 그림자(3)

 지난해 12월 9일 런던 도심에선 2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정부가 발표한 대학 등록금 인상 계획에 반발해 폭동에 가까운 시위를 벌였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등록금이 한 순간에 3배 넘게 폭등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분노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는 격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책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영국 대학 등록금은 한 순간에 3배가 오르게 됐다.


 연립정부가 강행 처리한 법안에 따르면 연간 3290파운드(약 590만원)였던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폐지하고 2012학년도 9월 신입생부터 연간 9000 파운드(1620만원)로 인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현재 1만 2000~2만 8000파운드(2160~5000만원)로 엄청난 액수인 유학생 연간 학비도 인상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로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까지 상승해 복지예산 70억 파운드 삭감, 국방예산 8% 삭감, 공공부문 50만명 정리해고, 2015년까지 정부예산 25%(810억 파운드) 삭감 등 고강도 정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지원 예산도 예외로 남겨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장명철 코트라 런던지사 과장은 21일(현지시간) “감세를 공약으로 했던 보수당이 지난 1월 부가가치세를 17.5%에서 20%로 인상했고, 대중교통 요금도 최근 20% 가까이 오르는 등 서민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대학 간 서열화를 가속화시켜 앞으로 문을 닫는 대학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012학년도 학비 내역을 신고한 90여개 대학 가운데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70여곳이 최고액인 9000파운드로 등록금을 책정했다. 영국 대학생들은 대부분 학비와 생활비를 정부로부터 대출받아 충당하고 취직한 뒤 연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상환한다.

정부가 연봉 1만 5000파운드(2700만원)가 되면 상환하던 것을 앞으로는 2만 1000파운드(3780만원)가 될 때부터 상환하도록 바꾸고 저소득층은 실질이율을 0%로 했다고는 하지만 학생들로서는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졸업과 동시에 억대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되는 셈이다.


교육 양극화 심화 우려

 학생들의 비판을 의식한 연립정부도 저소득층 학생의 입학 정원을 늘리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빈곤층 학생 지원계획을 제출한 대학에 한해 학비 인상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울러 사립고등학교에 비해 교육 여건이 열악한 공립학교 출신 입학 비중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심각한 교육 양극화를 겪고 있는 영국 현실에서 이런 조치가 등록금 폭등으로 인한 폐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정부와 미디어가 각종 지표에 따른 학교 서열을 공개하는 영국에서 상위권 학교는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립학교가 독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교육기관인 ‘서턴 트러스트’가 2008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상위 3% 100개 고등학교 중 78개가 사립학교였다. 21곳은 그래머 스쿨(사립과 국립의 중간형)이었고, 일반 국립학교는 하나 뿐이었다.

영국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2500여개에 이르는 사립학교가 있다. 재학생은 약 62만명이나 된다. 통학생 학비가 연간 평균 4141파운드, 기숙사에서 생활할 경우엔 7334파운드나 된다. 심지어 이튼스쿨같은 곳은 2만 5859파운드로 우리돈으로 1년에 5000만원이 넘는다.


 사립학교 졸업생의 92~95%가 대학에 진학한다. 상위 5개 사립 고등학교 학생의 41%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로 직행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우 빈곤층 학생 비율은 10%도 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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