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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순회특파원(2011)

스웨덴 국립교육청 국장에게 듣는 대학등록금 문제

by betulo 201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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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제구실을 해야 한다. 등록금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 미달의 사립대 문제에는 정부도 책임이 크다. 등록금보다도 더 시급한 것이 대학 교육의 질이다.”

 황선준(54) 스웨덴 국립교육청 특수재정국장은 국적은 한국이지만 스톡홀름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스웨덴 교육행정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스웨덴 교육제도를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한국에서 최근 등록금 문제가 심각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대학 등록금은 분명 너무 비싸다.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재정정책은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내가 보기에 국가적으로 더 시급한 문제는 국가가 양질의 (무상)보육·유아교육을 확충하는 것이다. 가계를 돕고 출산율을 높이고 양성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정책이다.

고등학교에 드는 비용은 또 어떤가. 공공의료 등 개선해야 할 사회보장문제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야 할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존경하는 블로거 바이커님의 의견이 다양한 논의를 위해 참고가 될 듯하다.

http://sovidence.tistory.com/431

문: 등록금에 비해 한국 대학의 교육 수준이 못 따라간다는 비판이 많다.

 -대학 교육과 관련해서는 ‘대학 교육의 질’을 거론하고 싶다. 그 부분에서 한국이라는 국가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인가도 못 받을 대학이 한국에는 너무 많다. 학생들 등록금으로 대학을 유지하면서 행세하는 사립대에 대해서는 신입생을 못 받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교육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평등교육에 대한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문: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지 취직 준비를 시키는 곳이 아니다.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80%가 넘지만 사회적으로 고급인력을 수용할 만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엄청난 자원 낭비다.

왜 이렇게 됐을까. 대학을 안 나오면 사람 대접을 못 받기 때문이다. 사회적 평등이 관건이다. 스웨덴은 무상인데도 대학진학률이 45%에 불과하다. 대학 안 나와도 기술이 있으면 인간답게 사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 스웨덴이 무상교육 정책을 펴는 취지는.

 -스웨덴에서 무상교육은 헌법이 규정한 원칙이다. 헌법 제2장 18조는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모든 어린이는 무상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국가는 그보다 더 높은 교육도 책임진다.’라고 명시했다. 사실상 대학원 교육까지도 국가가 책임지는 것으로 유상교육 자체가 불법이다. 몇 해 전 일부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면서 학생들에게 돈을 걷은 것에 대해 교육청이 제동을 건 적도 있다. 무상교육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돈을 조금이라도 걷으면 그 자체가 빈곤가정 학생들에게 차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상에 더해 스웨덴에선 20세 이하는 한 달에 1050크로나씩, 20세 이상은 8216크로나씩 모든 학생들에게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최초 교육보조금제도 도입이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16-18세를 위한 보편적 교육보조금제도가 1957년에 도입되었다. 1965년에 오늘과 같은 대학교육보조금 제도가 정착되었다. 대학생의 경우 8216크로나 가운데 5496크로나는 융자라서 65세까지 분할 상환하는 것을 뺀 나머지는 무상이다.

문: 제도 도입 당시 반대는 없었나. 

-반대가 없진 않았지만 국가재정 운용 등 각론에 대한 것이었을 뿐 제도시행 자체에 대한 반론은 거의 없었다. 사실 스웨덴은 20세기 초반에만 해도 유럽에서 파업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사회민주당 정부 수립 이후 사회적 대타협이 정착되면서 토론과 협상을 통한 국정운영이 정착됐다. 그런 과정을 거쳐 복지제도를 정착시켰다. 현재 스웨덴은 우파 정부가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해 집권중이지만 역시 무상교육에 대한 원칙은 전혀 변함이 없다. 좌파 우파 가리지 않고 복지제도에 대한 기본원칙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문: 평등을 강조하는 스웨덴 교육제도가 실제 교실에선 어떻게 구현되나.

 -스웨덴 교육법은 이해와 존중, 차별금지, 민주시민 육성 등을 첫머리에 언급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전인교육’의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가령 스웨덴에선 왕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학교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스웨덴에선 어릴 때부터 학생들끼리 협력해서 과제를 풀도록 유도한다. 공부와 숙제도 같이 하고, 페이퍼 형식의 리포트도 같이 쓴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더 높은 학습 성취를 거둘 수 있다. 학생 평가도 상대평가가 아니라 일정 기준선을 정해놓고 개개인에게 그 이상을 요구하는 절대평가방식이다. 한 학급에서 모든 학생이 가장 좋은 등급을 받을 수도 있고 모든 학생이 가장 나쁜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학우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문: 대학조차도 평준화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유명하고 오래된 대학은 스웨덴에도 있지만 그 대학에 입학한다고 반드시 우수하다는 보장도 없고 졸업장을 보고 직원을 뽑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학생 본인의 실력이다. 스웨덴 대학을 담당하는 고등교육청에선 학과별로 대학을 평가한다. 500년 역사를 가진 대학보다 더 우수한 결과가 나오는 지방대 학과도 적지 않다. 
 
문: 무상교육을 위한 재정소요는 어느 정도인가.

-2007년 기준 전체 교육예산이 GNP의 8.17%이다. 유아교육이 1.6%, 초중등이 2.7%, 고등학교가 1.24%, 대학이 1.53%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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