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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0 05:02

송두율 교수 첫 고국강연(03.10.01)

2003.10.01 15:47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래의 고향'을 민족 성원들이 같이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이다."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독일 뮌스터대)가 "한국말로" "37년만의 첫 강연"을 했다. 그는 "나의 통일철학"이란 주제강연에서 통일의 철학적 범주를 △상생 △평화 △과정 △긴장 △아름다움 △고향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특히 "통일은 오늘을 사는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책임을 져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 교수의 발표를 요약한 것이다.


먼저 통일은 상생의 철학에 기반해야 한다. 남북을 관계체제로서 상호연관된 전체로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최근 유럽 학계에서도 그런 경향이 보인다. 가령 어느 철학자가 제시한 "과정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것을 연구"한다는 명제를 들 수 있다. 독일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가운데에도 "원래 하나인 것은 같이 자라야 한다"는 것이 있다.

동양철학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도 같은 개념이라 생각한다. 요컨대 모든 것들은 관계 속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평화의 철학이다.

노르웨이의 평화학자 요한 깔툰은 평화를 적극적 평화와 소극적 평화로 구분했다. 소극적 평화란 '전쟁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 적극적 평화란 '평화적 수단을 통해 구조적으로 평화가 존재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현재 한반도는 휴전 상태이다. 휴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소극적 평화도 못된다고 할 수 있는 휴전 상태를 적극적 평화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즉 평화를 수단으로 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굳혀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독일 통일에 대해 '어느 날 사고처럼 갑자기 왔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과정이 생략된 통일이란 게 과연 있을까? 독일도 하나가 되는 수십년에 걸친 과정을 거쳐 통일이 나타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과정의 철학을 말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긴장의 철학을 말하고 싶다.

한국사람이 유럽에 가보면 말만 다르다 뿐이지 큰 지장 없이 어느 나라든 여행할 수 있다. 몸으로 유럽연합의 존재, '탈민족'의 현실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탈민족'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민족'과 '탈민족'이 동북아에 가지는 의미는 뭘까? 세계화라는 동시성을 추구하는 남, 주체화를 외치며 동시성을 거부하는 북. 이 둘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 이것은 학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통일을 통해 어떤 사회를 건설해야 할까. 명확한 상(像)이 있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이란 화해와 조화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화해와 조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아름다운 나라'. 그것이 바로 통일의 핵심 상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통일은 고향의 철학이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래의 고향을 민족성원들이 같이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일 것이다. 바로 '미래의 고향으로서의 통일'이다.

대나무 이야기를 예로 들어주고 싶다. 큰 대나무와 작은 대나무는 겉으로는 다른 나무 같지만 땅 속으로는 뿌리가 서로 얽혀있다.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도 죽는다. 대나무 숲은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죽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온다. 다음 세대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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