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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이라크파병 1년, 가상 시나리오 (2004.6.25)

by betulo 2007.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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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파병 1년, 가상 시나리오
[파병반대] 대통령 국민소환운동 가능성
2004/6/25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해 6월18일 정부가 추가파병을 결정한지 1년이 지났다. 추가파병은 지난 1년간 온 나라를 극단적인 국론분열과 혼란으로 이끈 사안이었다. 더구나 국내 주요 시설물과 한국인이 국제테러조직의 표적이 되면서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도 폭락하고 있다. 추가파병은 경제회복에도 악재로 작용할 뿐 아니라 국방비가 2년만에 두배로 오르면서 사회복지예산 부족에 따른 사회안전망 붕괴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 글은 파병이 예정대로 이뤄졌을 경우를 가상해서 쓴 글이다.

 

깊어지는 파병수렁

 

이라크파병의 후폭풍이 한국사회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라크저항단체에 납치됐던 이스라엘 교민 5명이 끝내 피살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난주에는 자이툰부대와 이라크저항세력이 치열한 전투를 벌여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추가파병 이후 한국군 사상자는 사망자 1백명을 포함 1천명을 넘어섰다.

 

김선일씨 피살 이후 민간인 희생자도 5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알카에다가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고속철도 탈선사고가 일어나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쿠르드 지역정부는 조만간 한국군에게 즉각 철수할 것을 공식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쿠르드측이 애초 기대했던 평화재건과 경제개발에 전혀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쿠르드와 이라크․주변국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쿠르드와 미국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한국군은 미군의 용병’이라는 인식이 쿠르드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쿠르드 정부는 한국정부가 철수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항사용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이라크 파병부대 규모를 1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부라고 뭐가 좋아 쿠르드에 주둔하려 하겠느냐”며 “문제는 미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하루빨리 쿠르드지역에서 철수하기를 바라지만 미국의 압력이 워낙 거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1만명 추가파병은 현지에 있는 한국군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한국을 방문중인 미국 대표단은 “한국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지금은 힘들더라도 이라크평화재건을 위해 계속 힘써달라”고 말한 바 있다.

 

시민사회는 국회와 정부 일각에서 이라크파병군 규모를 1만5천명 수준으로 늘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추가파병연장동의안을 제출하면서 파병규모를 5천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출했고 국회는 이를 승인한 바 있다.

 

이라크파병철회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서와 집회가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추가파병방침을 최종확정한지 1년이 되는 6월18일을 맞아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2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병철회촉구집회를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행동은 “정부가 6월1일까지 파병부대철수 입장을 밝히라는 우리 요구를 거절했다”며 ‘이라크파병 군희생자 유가족회’와 함께 대통령 국민소환운동을 시작했다. 유가족회는 “소환운동을 시작한지 하루만에 서명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경총 등 사용자5단체는 같은 날 이례적으로 “1만명 규모 추가파병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군 파병으로 중동지역에서 한국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며 “특히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던 터키에서 한국 수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MD체제 구축 가시화

 

국방부는 2006년도 국방예산을 GDP 대비 6% 수준으로 증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북한과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지스함 조기배치계획을 밝힌 바 있는 국방부는 “국제테러주의자에 맞서 안보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첨단무기도입과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MD체계 편입을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효과적인 이라크지역 작전과 자위를 위해 미군과 무기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예산 1백억원을 투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해 “미국은 이라크파병 한국군을 볼모로 삼아 MD체제 구축과 무기구입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라크 파병이 대미종속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혁후퇴, 국론분열

 

이라크파병이 사회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테러방지법과 집시법 등을 개악하려 한다”며 불복종운동을 선언했다. 학계․종교계․예술계 인사 2천5명도 긴급성명서에서 “국민의 염원인 국가보안법 철폐 논의는 사라지고 국보법보다 더한 악법만 줄줄이 만들려 한다”며 불복종 대열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적 종교인들은 같은 날 5만여명의 신도들이 참가한 가운데 “악의 무리에 굴복해선 안된다”며 대규모전투부대파병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고귀한 한국군의 목숨을 앗아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이 세상에서 쓸어버려야 한다”며 “1만명이 아니라 10만명 정도는 보내야 한다”는 격한 주장을 쏟아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후 이태원 이슬람사원을 항의방문하려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발생한 고속철도 탈선사고 중간발표에서 “테러 혐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히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더 강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쿠르드지역에 파병된 한국군의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재외동포 민간인 피해도 끊이지 않으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각각 10% 이내로 떨어졌다. 추가파병 이후 재보선에서 참패해 과반의석 유지에 실패한 열린우리당에서는 즉각 철수를 주장하는 의원들과 추가파병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격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쪽에서는 분당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00일에는 파병부대 즉각철수를 주장하는 대학생 10여명이 열린우리당 당사를 1시간 가량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말하던 평화재건은 어디 있느냐”며 “이제라도 파병부대를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고 촉구하다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6월 25일 오전 7시 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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