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雜說

기자 눈에 비친 종편사업자 발표

by betulo 2010. 12. 31.
728x90



2010년 마지막날 정부는 종편과 보도채널 발표를 했습니다
. 저는 두가지를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이제 현 정권과 언론이 말그대로 운명공동체가 될 것이란 점입니다. 방송송출권을 박탈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언론권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재창출에 나서겠지요. 아울러 언제나 그렇듯이 지상목표인 수익증대를 위해 안보와 선정성과 양비론을 버무린 언론없는 언론보도를 남발하겠지요.

다른 하나는, ‘종이신문 위기에 대처하는 종이신문의 자세에 대한 것입니다. 모바일앱, 태블릿PC용 앱, 종합편성채널 진출, 보도채널 진출 등 다양한 방안들을 거론하지만 소나기에 예쁜 옷 망칠까봐 정신없이 뛰느라 정작 등 뒤가 흙탕물로 범벅이 되는 꼴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습니다. 언론의 위기다. 어떻게 언론을 바로 세울 것인가가 아니라 언론사의 위기다. 어떻게 회사를 위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인가라고 고민하는 것은 물론 다 중요한 고민꺼리이긴 하지만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게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이 언론의 종말로 향하고 보니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문명의 붕괴>로 생각이 미칩니다. 그는 이스터섬이 삼림파괴로 인한 환경 훼손으로 붕괴됐다고 지적하며 이런 화두를 던집니다. “마지막 나무를 베었던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답은 별 생각 없이 나무를 베 버렸을 것이다입니다. 그 사람에겐 분명 나무가 별로 없는 이스터섬이 자연스런 모습이겠지요. 수풀이 무성한 이스터섬을 상상하지 못하는 그 사람에게 마지막 나무는 별반 큰 의미가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 모습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려서 나중에 닥칠 치명적인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 나무가 없어지고 환경파괴가 임계점에 도달해서야 어느날 갑자기 이스터섬이 재앙의 섬이 됐다고 놀라워하거나 아니면 이스터섬은 원래 이 모양이었다고 자조하는 게 우리 모습이 아닐까요.

두머리 한 몸 괴물이 얼마남지 않은 나무 밑둥에 도끼질을 해대는 동안 어떻게 하면 우거진 수풀을 상상하며 새 씨앗에 싹을 틔울까 고민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어느 EBS 다큐에서 행복과 불행에 대해 설명하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들을 위해 목숨걸고 거짓말을 이어가는 아비를 보여주며 그 다큐는 불행해지는 방법을 묻습니다. 답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입니다. 역으로, 행복해지려면 뭐라도 도전해야 한다는 뜻이겠죠. 아인슈타인 말마따나 매번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항상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겠지요.

그래도 몇가지 희망의 근거가 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앞으로 최소 몇 년은 한강운하를 완전히 물건너가게 만들었습니다(http://www.betulo.co.kr/1718). 조선일보가 북방한계선(NLL)은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면서 “NLL 침범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는 입바른 소리를 했다는 것도 고무적입니다(http://www.betulo.co.kr/1720). 이제 다섯 살이 되는 아들놈이 15개 짜리 조각그림(퍼즐)을 8분 안에 다 맞추는 것도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희망을 품게 하는 일입지요(http://www.betulo.co.kr/1722)

황폐한 땅에 묵묵히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수십년을 노력한 끝에 푸르른 숲과 비옥한 대지를 남긴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나무를 심은 사람'. 적어도 행복해지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