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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재정긴축이냐 경기부양유지냐 - 한국의 경우

by betulo 2010.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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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를 인용해 긴축재정에 대해 쓴 글(http://www.betulo.co.kr/1614)에 대해 세어필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쓰는 방법을 차치한다면) 우리나라의 위기 해결 방식 쪽이 더 낫다는 분석인 거죠?”

댓글을 달다보니 얘기가 길어져서 별도로 글을 하나 쓰게 됐습니다. 즉흥적으로 쓴 글이라는 걸 감안해주기 바랍니다.

한국의 위기해결방식과 관련해 드는 생각을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 한국은 현재 정부부채가 선진국 평균수준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문제는 정부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위기해결 동력을 급격히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틈만 나면 강조하는 '선진국보다 한참 양호한 국가채무'는 정부부채보다 좁은 개념이고 국제기준과도 상관없으니 오해 마시길)

두번째로 현 정부는 소득세, 종부세 등 인하에서 보듯 공격적인 감세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부채 문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는 위기해결방식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셋째로 어떻게 쓰느냐인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와 밀접히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4대강사업에 20~30조원 쏟아붓고 새만금에 앞으로도 수조원 이상 쏟아붓는 토건방식으로는 경기부양도 안되고 일자리창출도 안되겠지요. 사실 이거 일본 자민당 정권이 20년 가량 써먹다가 정부부채 GDP대비 180%라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하고 국가재정 거덜낸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저는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네번째로, 장기적으로 정말 문제인게 바로 통일비용 이전에 안보비용입니다. 10년 동안 잘 관리하던 안보문제가 2008년부터 급전직하하고 있는데 이거 장기적으로 급격한 국방예산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프간과 이라크에 국방예산 쏟아붓는 거 보셨죠. 작년 12월 3만명 아프가니스탄에 추가파병한다고 발표했을때 1년 전비만 300억달러, 우리돈으로 30조원이 넘습니다.

물론 전쟁은 극단적인 시나리오겠지만 남북갈등만으로도 재정에 끼치는 부담은 엄청납니다. 인터넷에서 대충 찾아서 신뢰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천안함 한 대 가격이 (각종 미사일 등은 빼고도) 1200억원입니다. 남북갈등에선 천안함같은 전함이 몇척이 더 필요할지 모릅니다. 더구나 천안함 사태를 이용해 국방부에서 예산증액요구하고 나섰고 미국에서도 기회는 이때다 하며 각종 첨단장비에 첨단무기 입질 들어오고 있습니다.

얘기가 다소 길어졌습니다만, 제 부족한 소견으로 내린 결론은 ‘한국 정부의 위기 해결 방식이 낫다고 볼 근거는 없다’입니다. 물론 2008~2009년에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한 점은 그 자체로는 높이 산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네요.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 이미지를 첨부한 게 다소 뜬금없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때 우리는 '우주전함 태극호'로 이 우주전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야마토 전함을 오마쥬한게 분명해 보이는 야마토에 태극호란 이름을 버젓이 붙이는 우리의 인식수준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더 발전한 것일까요.
 
미국에서 (1997년에) 재정긴축이 정답이라고 하면 옳소~하고 따라갔다가, (2008년엔) 경기부양이라고 하니 와~ 하고 따라가는게 솔직한 우리 모습은 아닐까요. 최근 재정긴축 대 경기부양 유지 논쟁을 보면서 드는 자괴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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