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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해외진출한 프로선수들 세금 얼마나 낼까

by betulo 2010.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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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제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나라마다 소득세율과 각종 공제혜택 등이 제각각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소득세 인상을 추진하는 국가도 있다. 해외로 진출한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조세협약에 따라 자기가 뛰는 국가에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들이 해당 국가에 내는 소득세 차이를 통해 각국의 조세제도의 특징과 변화상을 짚어본다. 서울신문 2010년 2월3일자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했다.  


●소득세 감면에서 유턴하는 영국

해외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납세왕’은 누구일까? 정답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는 박지성 선수이다.

그가 받는 연봉은 추정치가 320만파운드(약 59억원)에 이른다.

박지성은 지난해까진 소득의 40%를 납부했지만 올해부턴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영국 정부가 지난해 4월 연소득 15만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21년만에 40%에서 50%로 올렸기 때문이다.

 영국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최고소득세율이 99.25%까지 올랐고 1970년대까지도 95%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간접세를 지지하는 마가렛 대처가 1979년 총리에 오른 직후 최고소득세율을 83%에서 60%로 낮췄다. 1988년에는 40%까지 줄었다. 10년도 안 돼 최고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지난해 증세 조치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나타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영국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 금융위기 다음 발원지는 영국? 그리고 재정위기가 유럽을 불안케 하리라를 참조)

※초고에는 궁여지책이라고 썼고 신문에도 그 표현으로 나왔다. 써 넣고 나서 자꾸 마음에 걸렸다. ‘불가피한 선택’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침 출근길에 들었다. 하여 블로그에선 표현을 바꿨다.

●박찬호, 올해까진 역대 최저 세율 적용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박찬호(FA) 선수는 지난해 250만달러(약 30억원)를 연봉으로 받았다. 박찬호는 올해까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시행한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시 정부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최고소득세율을 39.6%에서 35%로 인하시켰다. 이는 미국 역사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최고세율이다. (자세한 내용은 최대 재정적자 최저 세금부담, 미국 재정 딜레마를 참고하세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최고세율 감면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금감면법안을 연장하지 않으면 최고소득세율은 자동으로 39.6%로 되돌아간다.

1963년까지 최고소득세율이 90%가 넘었던 미국은 린든 존슨 행정부 이후 감세정책을 이용한 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64년 케네디 정부의 세금감면을 통한 경기부양책이었다. 이 경우 경제성장이 생각만큼 되지 않을 경우 재정적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레이건 행정부 때는 28%까지 인하했다. 이때부터 미국은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미국 소득세 제도 동향에 대해서는 소득세율을 통해 본 미국 현대사 참조)

연방제인 미국은 세금도 연방세와 주세를 따로 징수한다. 주소지가 펜실베이니아주인 박찬호는 연방세 35%에 더해 3.07%를 주세로 낸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 추신수는 연방세 35% 외에 오하이오주 세율인 6.24%를 납부해야 한다.

※미국 세금감면 문제에 대해서는 기육능 기육능 미국변호사(법무법인 시공)가 바쁜 와중에 자세한 자문을 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부유세 내는 프랑스와 조세회피처 모나코

2008년 프랑스리그 모나코에 입단한 박주영은 지난해 말 대폭 연봉인상을 통해 80만~90만유로(약 13억~15억원) 수준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최고소득세율이 40%이고 부유세까지 존재하는 곳이지만 박주영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조세회피처인 모나코 공국에 박주영의 급여 계좌를 개설했기 때문이다. 사실 불법도 아니다. 박주영 소속팀이 바로 모나코다.

프랑스 조세제도 전문가인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에 따르면 박주영이 프랑스에 거주할 경우 최고소득세율은 40%이다. 거기다 지난해 법률이 개정되면서 총재산이 79만 유로를 초과하는 경우 부유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율은 79만~128만유로는 0.55%이며 조금씩 높아지다가 1648만유로 이상은 1.8%를 부과한다.

●이영표, 세금 45%에서 0%로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뛰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 둥지를 옮긴 이영표 선수는 세금에 관한 한 극과 극을 경험했다.

독일에서 이영표는 소득의 45%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소득세 자체가 없다.

현재 이영표는 연봉이 18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지성과 연봉이 40억원 가량 차이나지만 세금을 빼고 나면 차이가 약 11억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이 '연구'의 한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는 법. 선수들이 받는 연봉 자체가 세전 소득이냐 세후 소득이냐에 따라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다시 말해 박지성이 320만파운드라는 연봉(추정치)을 받는데 세금을 자기가 내는지 구단이 내는지 여부가 변수라는 말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 에이전시는 구단이 세금을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그건 선수와 구단이 계약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알려줬다. 대표적인 경우가 중국에서 뛰는 안정환 선수이다. 그는 계약 조건 자체가 구단이 세금을 내주는 걸로 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45%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이 문제는 사실 이 기사의 한계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는 상식선에서 세후소득으로 전제할 수밖에 없고 연봉 자체가 추정치라는 점, 그리고 이 기사를 애초 구상한 목적이 각국 조세제도의 동향과 변화상을 추적하는데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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