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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이용섭 의원, "분식예산, 예산세탁 만연"

by betulo 200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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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이 지난달 22일자부터 매주 두 차례씩 연재했던 ‘정부예산 대해부’ 기획이 8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정부예산 대해부’는 그동안 사회복지·교육·연구개발·농업·에너지·국방·건설 등 7개 분야에 걸쳐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중심으로 재정운용 문제점과 과제를 집중 점검했지요.

공교롭게도 기획연재를 마치자마자 국제부로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지는 정책뉴스부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기획으로서 제게 더 큰 의미를 남겼습니다.

오스트리아 태생 경제학자 슘페터는 “재정을 이해하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국가재정을 민주적 통제 아래 둬야 한다고 재정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이는 곧 행정부가 아닌 국회가 예산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요.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당과 야당에서 최고의 예산전문가로 꼽히는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3선)과 이용섭 의원(대구 광산을·초선)을 인터뷰하는 걸로 기획을 마무리했습니다. 원래는 인터뷰와 별도로 <위협받는 재정민주의>를 주제로 기사를 더 쓰려고 했지만 지면사정으로 중간에 취소됐습니다.

이한구 의원은 경제관료 경험과 경제학 연구 경험을 갖췄으며 지난 5월까지 18대 국회 첫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을 지냈고요. 이용섭 의원은 재무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장관 등을 거친 재무행정 전문가입니다.

두 의원은 야당과 여당으로 당이 다르지만 국가재정에 대해 상당히 일맥상통하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공통적으로 행정부의 독단과 일방통행이 재정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재정정보 숨기기와 통계조작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정부가 사용하는 ‘국가채무’가 국제 기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부채’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기업부채와 민자사업 수익보전까지 포괄하는 국가부채 기준으로 바꿀 것을 촉구하는 것도 비슷했고요.

정부는 내년도 국가채무가 407조원(GDP 대비 36.9%)으로 OECD평균(GDP 대비 79.7%)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두 의원은 국가부채 개념에 입각해 정부논리를 반박합니다. 다만 기준 설정에 따라 차이는 존재했습니다. 이용섭 의원은 내년도 국가부채를 최소 850조원(GDP 77%)로, ‘광의의 국가부채’는 1823조원(지난해 기준)으로 추정했으며 이한구 의원은 2008년 기준 1429조원으로 추정했죠.

어제 이한구 의원 인터뷰에 이어, 지면에는 다 싣지 못한 이용섭 의원 인터뷰 전문을 올립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재정민주주의 관점에서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나.

-정부가 하는 일이라는게 결국 모두 예산에서 나온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확보하려면 재정민주주의가 뒤를 받쳐줘야 한다.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으로 비민주적 행위를 하고 싶어도 국회만 제구실 해도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 

국회가 올해 소관 예산만 4420억원일 정도로 막대한 세금을 사용하는 건 일차적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한 정부도 견제받지 않으면 부패한다.

지금 상황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를 묻게 만든다. 견제가 전혀 안된다. 예산만 제대로 심사해도 정부 횡포를 막을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 정부가 야당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질 않는다. 다수결로 밀어붙인다. 그걸 막는 유일한 길은 결국 시민들이 나서는 것 뿐이다. 국민들이 나서서 예산주권운동을 펼쳐야 한다.

→4대강사업이 이번 예산안심의에서 최대 쟁점이다.

-우리 헌법은 정부가 예산편성권을 갖고 국회가 예산안심의·확정권을 갖도록 했다. 당연히 국회가 예산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자료를 넘겨줘야 하는데도 정부가 그마저 지키질 않는다. 정부는 수자원공사에 3조원을 떠넘긴 것도 모자라 4대강 사업 예산안을 수계별로 제출했다.

낙동강 수계에만 11개 하천이 있다. 어느 하천에 어떤 시설을 짓는다는건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내용이 없는데 어떻게 예산을 심의하라는건지 모르겠다. 그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지방재정교부금 집행내역은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예산을 집행하면서 이용·전용한 내역은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쇠다. 정부가 제대로 된 예산안 정보를 내놓기 전에는 국회가 예산안심의에 응하면 안된다고 본다. 심의할 자료가 없는 상황에선 예산안심의를 할 수도 없고 국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게 재정민주주의를 지킬 최후 보루라고 본다.

→국회에서 문제제기하는데도 시정이 안된다는 것인가.

-여당 의원도 무시받는 판인데 야당은 말해 무엇하겠나. 당장 대통령·장관들이 국회를 무시하면 공무원들은 그대로 따라하게 돼 있다. 청와대에서 소신껏 강하게 답변하라고 한마디만 하면 그대로 되는 구조다. 반대로 청와대에서 국회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할 건 반영하라고 하면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공무원은 정권에 충성하는게 아니라 국가에 충성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하는 게 공무원이다. 많은 경우에는 그게 충돌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대통령이 강행하는 상황에서 그게 충돌하고 있다.

지금 정부에게 가장 부족한 게 통합능력이다. 계층간 지역간 이념간 통합이 필요한데 그게 부족하다. 또 하나는 변화다. 지식정보화사회로 변하고 있는데 그걸 안하면 국가도 살아남을 수가 없는건데 지금 정부는 변화와 혁신을 안하고 있다. 속도는 있는데 방향이 틀렸다. 

총리에게도 그말을 해주고 싶다. 존재이유가 있는 총리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부족한 걸 총리가 보완해줘야 한다. 총리가 대통령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말을 한다면 굳이 총리가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기본적인 재정통계조차 제대로 안되는게 현실이다.

-국가운영에 가장 중요한게 통계다. 통계가 틀리면 정책도 실패한다. 통계는 환자 진단과 같다. 잘못된 진단은 환자를 죽일수도 있다. 정부통계가 틀린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정부가 통계를 악용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사태다.

가령 지난 6월 국토해양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사업비를 22조원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은 지금도 16조원이라고 우긴다. 16조원은 전체 사업비 가운데 국토해양부만 해당하는 것인데도 그정도다. 사업비가 많다고 비판받으면 국토해양부 소관 사업예산만 들이대고 사업비가 적다고 하면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인다.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거라고 하면서 지난 5년간 홍수피해와 복구비가 7조원 들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5년간’을 2004~2008년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게 하질 않았다. 2002년에 태풍피해 많았으니까 그걸 포함시키려고 연도까지 바꿨다. 4대강이 아니라 전국하천 통계를 이용했다. 거기다 하천범람 피해뿐 아니라 산사태, 가옥파손 등까지 다 포함시켜놨다.

금년 7월에 70년만에 홍수가 났다. 그 통계를 보면 국가하천이 전체 피해액의 0.7%에 불과하다. 그것만 해도 통계가 얼마나 잘못됐나 알수 있다. 200년만에 올까 말까한 피해를 막기 위해 1년에 십조원씩 쓴다는게 말이 되나.

→4대강사업 예산 일부를 수자원공사에 넘긴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수자원공사에 물어보니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실토하더라. 현재 ‘국가채무’ 기준은 공기업부채를 포함하지 않는다.정부가 ‘분식예산’을 하고 있다. 만약 ‘국가채무’가 아니라 OECD기준인 ‘국가부채’ 개념을 사용한다면 공기업부채를 포함하기 때문에 정부가 굳이 수저원공사를 끌어들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기업으로 치면 분식회계, 즉 ‘분식예산’이라고 할 만하다. 더구나 수자원공사에 사업을 넘긴 다음에 그걸 다시 국토해양부에 위탁을 줬는데 이건 돈세탁과 다름없는 ‘예산세탁’이라고 봐야 한다.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이래놓고 기업과 국민에게 뭐라고 청렴하라고 말할 수가 있겠나. 국가라고 하는건 목표도 좋아야 하지만, 그걸 위한 수단과 방법이 정의롭고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이 정부는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게 예산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을 많이 했는데.

-한국은 OECD 평균보다 세율이 낮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감세라 하더라도 부자들은 소비를 늘리지 않고 저축을 늘린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서 1/3이 법인세를 못내고 대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꺼린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깎아줘야 할 이유도 없고, 효과도 없다.

물론 재정여력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당장 재정압박이 심각해서 공기업 민영화 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빚 얻어서 대기업 지원해준다게 말이 되겠나. 경제가 어려우면 오히려 대기업이 세금 더 내줘야 하는것 아닌가.

 지금 감세정책은 재정민주주의에 역행한다. 시장경제 발전하려면 부자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부자들이 존경받으려면 사회를 위해 그만큼 기여해야 한다. 그게 바로 세금인데, 정부가 부자 세금 깎아주는건 부자들이 존경받는 사회 만드는데 역행한다. 부자들이 존경못받으면 시장경제가 안되고 그건 민주주의 역행이다. 미국만 해도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 반대하지 않았나. 그걸 기억해야 한다.

<11월11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한 시간 동안 인터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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