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 어떻게 볼 것인가

by betulo 2009. 11. 5.
728x90
정부는 지난해 고유가와 지구온난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핵심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런 강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에너지 및 자원개발’ 부문 관련 예산규모는 4조 6034억원으로 지난해 4조 4453억원과 올해 4조 5847억원에 비해 미미한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총지출대비 비중도 2007년 1.81%를 정점으로 지난해 1.73%, 올해와 내년 1.68%에 그쳤다.

 녹색성장의 핵심사업인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정부는 “예산 수입의존도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및 부품소재산업의 기술개발지원 강화”를 위해 관련 예산은 올해 6791억원에서 내년에는 8059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도 2401억원으로 올해 2256억원보다 증액됐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큰 역할을 한 제도로 꼽히는 제도가 발전차액지원사업이다. 최근 정부가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폐지 방침을 정한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정책우선순위와 재정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사점이 적지 않다.


정부가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2012년부터 공급의무제도(RPS)로 전환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정책우선순위와 재정부담을 둘러싸고 논쟁이 거세다. 급격히 증가하는 재정에 난색을 표하는 정부와 정책목표를 위해 더 많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부딪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이바지…부작용도 속출

발전차액지원제도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단가와 기존 전기 거래가격간의 차이를 보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 2002년 도입됐다. 제도 도입 이후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급격히 늘어났다.


 정부는 애초 2011년까지 태양광 발전용량 목표를 100MW로 잡았지만 지난 2월 말 현재 발전차액지원대상 발전량은 388MW에 이를 정도다. 중소기업 위주였던 사업참여도 대기업으로 확대됐다. 삼성에버랜드가 지난해 1400억원을 투자해 경북 김천에 연간 2만 6000MW의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고, LG는 1100억원을 투자해 충남 태안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완공하기도 했다. 


발전차액지원사업 예산현황

연도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안)

액수

51

78

111

270

1266

2392

2636

단위: 억원.
2004~2008년은 결산기준. 2009년은 본예산 기준. 2010년은 정부예산안 기준.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이다. 현재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 재원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충당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급증하면서 지원금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7년도 발전차액지원액은 270억원이었다. 2008년에는 1266억원이 됐고 올해에는 다시 239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2636억원에 달한다.


 재정부담이 늘어나자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발전차액 지원금을 축소해 왔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2002년에 kW당 716원40전을 책정했다가 2006년에는 6%가량 지원금액을 인하했고 지난해에는 다시 평균 12.8% 낮췄다. 정부는 지난 4월29일 태양광발전차액지원제도 관련 개정고시를 통해 2011년까지 500㎿ 범위 내에서 차액 지원한다는 계획을 일부 수정, 잔여 200㎿에 대해 2009년 50㎿, 2010년 70㎿, 2011년 80㎿를 보급키로 했다.


 더 나아가 지식경제부는 사업자 난립, 기술개발 부진, 예산부담 등을 이유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2012년부터 기존 발전사업자들에게 일정량의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생산 공급토록 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도(RPS)를 도입할 방침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당장 에너지관련 기업·단체들은 “의무할당제는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면서 “의무할당제를 추진했던 국가들 중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김형국 위원장이 지난 7월 희망포럼이 주최한 시민사회포럼에서 “의무할당제로 전환한다는 정부 방침이 일종의 시행착오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발언내용이 와전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발전차액제도에 일부 거품이 있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한 전문가는 “안정된 수익률 덕분에 기술개발보다는 외국산 부품을 수입해 발전기지 세우기 급급한 문제가 발생한 건 사실”이라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면서 숲을 파괴하는 웃지 못할 일도 다반사였다.”고 꼬집었다.


 핵심 설비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문제는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설치비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장비인 태양광 모듈의 국산화율은 21%에 불과하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국산보다 30% 가량 싸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더디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 5월까지 태양광 발전을 위해 전용된 산림 면적이 814만 9944㎡에 이른다. 파괴면적도 2006년 43만 4572㎡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529만 6607㎡로 급증했으며, 올해 5월까지 훼손된 면적도 95만 1146㎡에 이른다. 지난해 경북 울진군에서는 한 기업이 마을 뒷산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 하자 마을 주민들이 금강송 군락지 훼손과 집중호우시 농경지 피해 등 “환경파괴”를 이유로 반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부족한 건 재원이 아니라 정책의지”

발전차액지원제도 확대·유지를 주장하는 에너지 관련 단체들에선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여러가지 문제점을 시장형성단계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없애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포기하는 것이라 비판한다.


 에너지예산 전문가인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대안정책국 미래기획팀장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위한 확대하기 위한 재원은 모자라지 않는다. 모자란 것은 정부의 정책의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예산이 석탄산업에 쏟아붓는 예산보다도 적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발전차액지원제도 재원을 전기요금에 포함시키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독일은 2007년 기준으로 전기에너지의 14.3%를 재생가능에너지가 담당한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면서 “이를 가능케 한 제도적 기반이 재생가능에너지법이고 이 법의 핵심이 바로 발전차액지원제도”라고 지적했다. “독일 전력회사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구매할 때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기보다 2.5배나 비싼 1kWh당 최대 56센트에 구매해준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발전차액지원제도가 폐지돼도 현행 지원은 15년간 유지된다.”면서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초기시장창출 역할을 했다. 국가재정으로 자립심을 키웠고 산업도 완성했으니 이제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11월5일 서울신문 6면에 <정부예산대해부 5회> 기사로 실렸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