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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북한에 퍼줬더니 핵개발”이라는 편견 혹은 거짓말

by betulo 2009.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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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타파 릴레이> "좌파 정부 10년 동안 대북 퍼주기했다?"


헌법 제66조 1항에 보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돼 있다. 그런 대통령께서 7월 초 유럽에 가서 국가를 대표한 외신 인터뷰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는 어떤 발언을 하셨다. 내가 보기에 그 발언의 의미는 딱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무식하거나 나쁘거나.”

대통령이 외신 상대로 ‘아님 말고’ 의혹제기

7월 9일자 서울신문 2면 기사 바탕으로 그가 했다는 발언을 요약해보자.

이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럽의 뉴스전문채널인 ‘유로뉴스(Euro News)’와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 ‘강경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답했다.

‘대북 퍼주기=핵개발 전용’ 구도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3월 30일자에 게재된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북한을 많이 지원했지만 북한은 결과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대북 신뢰도는 전보다 많이 후퇴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보도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따 “이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은 평소에도 늘 하던 말”이라고 보도했다. 그 핵심 관계자는 이어 “같은 물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되는 것 아니냐.”며 지난 정권의 대북 지원금이 북핵 개발에 쓰였을 것이란 점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번에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7월 10일 동교동 사저 응접실에서 영국 BBC 서울특파원과 인터뷰를 했다. 7월 17일 오전 BBC 한반도 관련 특집에 포함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당시 카터 대통령이 북한을 가고 제네바 협정이 있었다. 내가 북한과 접촉한 것은 2000년이고 6년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이라고 칭한다)은 대북지원을 받기 전에 이미 핵개발에 나섰다는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는 북한에 현금을 준 적이 없다. 대신 매년 20~30만톤씩 식량과 비료지원을 했다. 그런 것을 가지고 핵은 못 만들지 않느냐”고 밝혔다.

퍼준 적이나 있었나?

‘프레임’이란 게 있다. 언론은 ‘사실관계’를 다뤄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사실관계’도 프레임의 지배를 받는다. 거칠게 표현하면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어찌 보면 머릿속에 형성된 프레임은 강력한 편견의 원천이 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북 퍼주기’라는 프레임이 딱 그런 경우다.

‘퍼주기’라는 말이 의도하는 부정적인 느낌은 둘째 치고, 퍼주기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상당히 많은 액수’를 북한에 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과연 그러했는가. 과연 한국 정부는 조선 정부에 ‘얼마나 퍼’ 줬을까.

지난해 9월 통일부가 윤상현 위원 서면답변 요구에 회신한 자료에 정확한 액수가 나온다. 통일부는 “국민의 정부(‘98.3~’03.2)와 참여정부(‘03.3~’08.2) 동안의 인도적 대북지원 총규모는 20,366억원”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정부 당시 6153억원, 참여정부 1조 4213억원이다.

【과거 정부별 대북지원현황】

구   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정부무상

지원액

비 료

2,753억원

5,119억원

7,872억원

긴급구호

46억원

1,294억원

1,340억원

민간단체

161억원

691억원

852억원

국제기구

626억원

961억원

1,587억원

소 계

3,586억원

8,065억원

11,651억원

식량 차관

2,567억원

6,148억원

8,715억원

총 계

6,153억원

14,213억원

20,366억원

   * 식량차관은 10년거치, 20년 분할상환, 이자율 1% 조건으로 제공


10년간 대북 인도적 지원액이 2조 366억원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식량차관과 비료지원이다. 식량차관은 10년간 8715억원, 비료지원은 7872억원이다. 이것만 합해도 1조 6587억원이다. 전체 대북지원액의 81.5%나 된다.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식량과 비료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말인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버지 뒤를 이어 솔방울로 탄알을 만들고 나뭇잎으로 배를 만드는 재주라도 있다는 말일까?

적어도 ‘핵개발 전용’ 의혹이 성립하려면 ‘돈’을 북한에 줬어야 한다. 민간단체나 국제기구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럼 세부내역을 살펴보자.


□ 비료지원

(단위 : 만톤, 억원)

구분

‘99

‘00

‘01

‘02

‘03

‘04

‘05

‘06

‘07

합계

규모

15.5

30

20

30

30

30

35

35

30

255.5

지원액

462

944

638

832

811

940

1,207

1,200

961

7,995

  * '99년 민간지원분 123억 포함


□ 긴급구호지원

(단위 : 만톤, 억원)

연도

내      역

지원액

2001

내의 150만벌 지원

353만불

(46억원)

2004

용천재해(의약품, 구호세트)

74만불

(9억원)

2005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지원

123만불

(12억원)

수해복구(응급구호세트)

19만불

(2억원)

2006

수해복구

(쌀, 자재장비, 민간기금지원 등)

8,230만불

(800억원)

2007

수해복구(긴급구호물자 등)

6,295만불

(423억원)

성홍열 지원

42만불

(4억원)

구제역 방역품

274만불

(26억원)

산림병충해 방제

189만불

(18억원)

합계

 

15,599만불

(1,340억원)


□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

(단위 : 억원)

연도별

사업별

’00

’01

’02

’03

’04

’05

’06

’07

’08.2

합계

개별사업

34

38

55

75

88

78

81

124

4

577

합동사업

-

-

-

-

-

10

29

47

4

90

정책사업

-

-

-

-

-

16

7

29

5

57

영유아 지원사업

-

-

-

-

-

-

-

11

7

18

농산물 수송비 지원사업

-

24

10

5

14

16

17

5

19

110

합계

34

62

65

80

102

120

134

216

39

852

□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o WFP

연도

내 역

지원액

1998

옥수수 3만톤, 밀가루 1만톤

1,100만불

(154억원)

2001

옥수수 10만톤

1,725만불

(223억원)

2002

옥수수 10만톤

1,739만불

(235억원)

2003

옥수수 10만톤

1,619만불

(191억원)

2004

옥수수 10만톤

2,334만불

(240억원)

2007

옥수수 1.2만톤, 콩 1.2만톤, 밀 5천톤, 밀가루 2천톤, 분유 1천톤

2,000만불

(190억원)

합계

543,950톤

10,517만불

(1,233억원)

 o WHO

연도

내 역

지원액

2001

말라리아 방역

46만불

(6억원)

2002

말라리아 방역

59만불

(8억원)

2003

말라리아 방역

66만불

(8억원)

2004

말라리아 방역, 용천 구호세트

87만불

(10억원)

2005

말라리아 방역

81만불

(9억원)

2006

말라리아 방역(100만불), 영유아지원(1,067만불)

1,167만불

(116억원)

2007

말라리아 방역

138만불

(13억원)

영유아지원(938만불), 홍역(105만불) 지원

1,043만불

(99억원)

합계

 

2,687만불

(269억원)

 o UNICEF

연도

내 역

지원액

2003

취약계층 지원

50만불

(6억원)

2004

취약계층 지원

100만불

(12억원)

2005

취약계층 지원

100만불

(10억원)

2006

영유아지원(백신, 영양)

230만불

(23억원)

2007

영유아지원(백신, 영양)

315만불

(29억원)

합계

 

795만불

(80억원)

 o 기타 국제기구

연도

국제기구

`내 역

지원액

2007

IVI

백신,의료교육

50만불

(5억원)

□ 식량 차관 지원

(단위 : 만톤, 억원)

구분

‘00

‘02

‘03

‘04

‘05

‘07

합계

규모

50

40

40

40

50

40

260

지원액

1,057

1,510

1,510

1,359

1,787

1,492

8,715


정부 스스로 밝힌 자료들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적어도 조선에 ‘지원’한 내역 가운데 ‘돈’은 없었다. 김 전 대통령 말마따나 국민의정부는 북한에 현금지원을 한 적이 없다. 그 점은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남북경협을 통해 조선에 들어간 돈이 핵개발에 들어갔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길 사람들 분명히 있을꺼다.

【남북경협 현황】 

구   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금강산 도로

-

27억원

27억원

백두산 피치 제공

-

96억원

96억원

철도·도로 건설(차관)

305억원

1,189억원

1,494억원

경공업 원자재(차관)

-

800억원

800억원

개성공단 기반시설

-

1,754억원

1,754억원

소  계

305억원

3,866억원

4,171억원


‘철도와 도로 건설’ 차관은 자재와 장비를 제공한 것이고 ‘경공업 원자재 제공’도 현물지원이다. 나머지도 돈을 준 내용은 없어 보인다.

얘길 꺼낸김에 한가지만 더 짚어보자. 10년간 2조 366억원이다. 1년에 약 2037억원이다. 이 정도를 ‘퍼주기’라고 해도 되는건가. 1년에 한번 구세군 냄비에 망설이며 5000원짜리 한 장 넣어놓고 “게으르니까 가난하다”고 내뱉는 심뽀도 이처럼 뻔뻔하지는 않을꺼다.

4대강 사업 예산이 최소 22조원이라는 건 액수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까 제쳐놓자. 경인운하 건설예산(2조 2500억원)도 10년간 대북지원액보다 많다.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짓는 예산만 해도 2조 7177억원이다. 고속도로 하나 짓는 데 든 돈이 10년간 대북지원액보다 많다. 하다못해 파주에 영어마을 지은 예산도 990억원이었다. 용인 경전철(9288억원) 하나 만드는 돈이면 대북지원을 5년 넘게 할 수 있다.

무식하거나 나쁘거나

대통령 발언은 무식하거나 나쁘다고 한 이유를 짐작하셨을거다. 일단 그가 한 발언은 정부 공식 자료에 근거해 볼 때 사실과 전혀 다르다. 진실은 지난 10년간 ‘돈’을 조선에 지원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관심만 있으면 간단한 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을 뻔한 진실을 외면했거나 몰랐다. 몰랐다면 무식하다는 것 말고 달리 말할 도리가 없다. 알면서 외면했다면 나쁘다. 그것도 ‘참 나쁜 대통령’이다.

참모들 혹은 통일부가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변명하진 말자. 그것조차 대통령 책임이다. 헌법 제66조에 분명히 나와 있듯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66조 3항에 이르면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무식하건 나쁘건 결국은 국민들의 불행이다.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대선에서 그를 찍었건 안 찍었건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어쨌든 그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다.)이여, 책임감을 느끼자.
 

사실 이 글은 ‘퍼주기=북핵 개발’ 관련 보도가 나왔을 때 글을 쓰려 했지만 여름휴가 보내Crete님이 내게 순서를 넘겨주신 <편견타파 릴레이>에 부응도 할 겸 늦게나마 정리해봤다. Crete님께는 글이 늦어진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다음주에 릴레이 글을 하나 더 쓰는 것으로 사죄를 대신하고자 한다.

<관련 글: 조선일보가 밝혀낸 대북 퍼주기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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