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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아빠성장일기

칭찬은 아가를 걷게 한다

by betulo 2008.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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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가 세상에 나온지 1년 하고도 두달이 지났다. 무럭무럭 잘 큰다. 벌써 걸음마를 한다. 아가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고 성장의 방향에 이바지한다는 건 가슴벅찬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성장’하는 것은 아가일까 아니면 아빠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아가와 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가볍게 써 내려가보기로 했다.이름하여 <아빠성장일기>다. 많은 관심 바란다. 대패는 필수!!!


아가는 불여시다. 무슨 얘길 하는지 거의 다 알아듣는다. 혼낼때는 눈치를 살살 보며 눈길을 딴데로 돌린다. 거기다 일부 여성동지들이나 무기로 사용한다는 눈물보까지 자유자재다. 내가 하는 건 자기도 따라하려 한다. 양치질을 할 땐 일부러 아가가 보는 앞에서 한다. 그것도 콧노래를 부른다. 양치질이 재미있는 놀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래야 엄마가 아가 양치질을 시킬 때 도망가지 않는다.


이번 달 초 아가가 처음으로 걸음마를 했다. 먼저 걷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 혼자 섰다. 소파나 의자를 붙잡고 일어나 있는건 지난달에도 했다. 거기서 발을 떼는데 참 오래 걸렸다. 어느날, 아마 금요일이었을게다. 아침에 무심결에 “이리 오세요~” 했는데 정말로 내게로 걸어왔다. 그 몇 걸음에 나는 너무나 놀라 나도 모르게 비명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아내가 놀라서 안방에서 거실로 뛰쳐 나왔다. 그리고 둘이서 아가가 내딛는 몇걸음에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언제부터인가 아가는 자기딴에 대견한 일을 하면 손뼉을 치는 버릇이 생겼다. 나를 쳐다본다. 나도 손뼉을 쳐준다. “잘했어요.”라는 칭찬과 함께. 걸음마 연습시킬 때 약효가 아주 좋다는 게 확실해졌다. 걸음마를 해서 나한테 안기면 잘했다고 칭찬해주며 손뼉을 친다. 어깨도 토닥여주고. 아가는 손뼉을 따라하더니 이제는 자기가 먼저 손뼉을 유도하는게다. (요새는 자기 기분 좋을 땐 내 등도 토닥여준다. 역시 불여시다.)


어제밤에는 지 엄마 화장대 서랍을 열더니 거기서 포장지로 싼 비누를 꺼냈다. 거기까지는 늘상 하던 장난이다. 그런데 이 놈이 꺼낸 비누를 다시 제 자리에 넣었다. 갖고 놀던 버스 장난감도 서랍에 넣었다. 서랍을 닫는다. 그리곤 손뼉을 친다. 소리를 지르며 환하게 웃는다. 나도 따라 손뼉을 쳐 줘야 한다.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아가가 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좋은 방향으로 아가 행동을 유도하려면 원하는 행동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칭찬해줘야 한다.


만약 아가가 아장아장 걸어서 내게 안겼을 때 내가 칭찬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가는 걸음마를 해도 칭찬받지 못하니 걸음마에 별 흥미를 못 느꼈을게다. 물론 언젠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덤블링까지 하겠지. 하지만 엉덩방아를 무릎 쓰고 적극적으로 걸음마 연습을 하게 하는 건 엄마 아빠가 쳐주는 손뼉과 토닥거림과 잘했다는 말 한마디. 바로 칭찬이다.


칭찬이 있기에 오늘도 아가는 열심히 걷는다. 이제는 5미터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걷는다. 날만 따뜻하면 어린이대공원에서 최고기록에 도전시켜보고 싶다.


칭찬은 아가를 걷게 한다. 그리고 아가가 내게로 와서 입맞춰주고 내 등을 토닥여주고 안아주기에 오늘도 나는 어떻게 하면 집에 일찍 들어갈까 생각한다. 아가가 나를 칭찬해주기에 나는 어떻게 하면 아가를 기쁘게 해줄까 어떤 어리광을 피워 아가의 관심을 끌까 생각한다. 칭찬은 아빠를 어리게 만든다.


꼭 칭찬만 사람을 변화시키는건 아니다. 굳게 다문 입술로 결단을 촉구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이 사진을 111일 전에 처음봤다. 실제로 111일째 담배를 안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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