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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바람타고 오는 불청객 황사

by betulo 2008.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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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아달라 이사금(阿達羅泥師今, 재위 154~184년)이나 백제 근구왕 5년(379년)에 흙비(雨土)라는 표현으로 처음 등장하는 황사. 신라 자비마립간(慈悲麻立干, 재위 458~479년) 때인 478년에도 노란비와 붉은 눈이 내렸다는 기록이나 고려 명종 16년 2월 “눈비가 속리산에 내려 녹아서 물이 되었는데 그 색깔이 피빛과 같았다.”는 기록에서 보듯 한반도는 수천년간 황사의 직접 영향권 아래 있었다.

황사는 편서풍에 의하여 하늘 높이 불어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 또는 떨어지는 모래흙을 말한다.

황사로 뒤덮인 서울


황사는 몽골과 중국의 국경지역에 넓게 펼쳐진 건조지역과 그 주변에 있는 반 건조지역에서 발원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황하 상류와 중류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주었으나, 최근에는 이보다 훨씬 동쪽에 위치한 내몽골고원 부근에서도 황사가 발원한다.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사막화가 황사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1980년대에는 황사 발생일이 3.9일에서 1990년대에는 7.7일, 2000년 이후에는 12.8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황사가 한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에 떠도는 미세먼지의 규모는 약 100만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반도에 쌓이는 먼지는 4만 6000톤에서 8만 6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사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2년의 황사 피해액은 연간 5조5천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국립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0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황사로 인해 한국에서는 한해 최대 181만 7000여 명이 병원치료를 받고 165명이 사망했다고 하며 유·무형의 피해를 화폐 단위로 환산할 경우 한해 최대 7조 3000억여원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의 산업화로 인해 최근 황사는 규소, 철, 알루미늄, 납,카드뮴 성분이 들어있어 대기중 중금속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기간 중 한 사람이 흡입하는 먼지의 양은 평상시의 3배에 이르고 금속성분도 종류에 따라 2배에서 10배 가량 많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황사현상이 심한 기간에는 기관지염이나 천식환자, 평소 눈이 약한 사람은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

황사 피해가 누적되면서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중국은 이미 ‘녹색장성(绿色长城, Great Green wall)’이라는 이름으로 고비 사막 확장과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인위적인 숲을 조성하고 있다. 이 계획은 2074년에 완료될 계획이다. 중국으로서는 상황이 급박하다. 당장 베이징 근교까지 사막이 확산돼 이대로 가면 베이징이 사막으로 둘러싸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사막화가 심각한 국가적 현안이 돼 버렸다.

하지만 방풍림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논란이 많다. 건조지역이라는 기후 특성상 나무를 심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고 사막화 방지와 황사 예방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주민들과 한국의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에서는 초지(草地) 조성을 통한 초원 복원에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초지 조성은 나무 식재에 비해 비용도 20% 수준으로 저렴하고 가장 환경친화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동북아 국가들의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2000년 2월 한중일 환경장관들은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 조사연구, 산성강하물 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축사업, 중국 서부지역 생태환경 복원사업 공동참여 등 9개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양국의 환경협력 증진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 6월 20일 제11차 한일 환경공동위원회를 일본 도쿄에서 개최했다. 1993년 체결된 ‘한·일 환경협력협정’에 의거해 양국은 1994년 이후 매년 교대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Post-2012 체제 논의와 함께 황사, 해양쓰레기, 산성비 등 동북아 지역 환경문제에 대해 양국간 협력강화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국제공조활동도 벌어진다.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에 따르면 1994년부터 한·일 해협 연안 시·도·현 지사 교류회의에서 이웃 국가간 환경협력 증진차원에서 환경기술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합의했고 이에 따라 대기, 수질, 미생물분야에 걸쳐 공동조사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어 최근에는 제주를 비롯해 부산·경남·전남과 일본측 4개 현(후쿠오카·나가사키·사가·야마구치)은 ‘황사 현상 시의 대기오염물질 특성 및 분포 조사’를 2008~2009년 2개년 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오는 11월 중에는 1차 분석된 자료를 비교분석, 평가하고 2009년 2월부터 6월까지 조사한 후 본 과제에 대한 최종 비교분석 평가 및 공동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시민단체들도 황사피해방지를 위한 국제연대 활동에 나서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해마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 차강노르(몽골어로 ‘하얀 호수’라는 뜻) 지역에서 2012년까지 내염성 식물인 ‘감봉’과 ‘감모초’를 심어 초원을 복원할 계획이다.

최근 황사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황사는 염기성을 띄는데 이는 주로 산성이 강한 국내 토양을 중화시켜 주는 구실을 해왔다. 또 해양 플랑크톤에 무기염류를 제공, 생물학적 생산성을 증대시키기도 한다. 물론 그런 순기능은 대기오염물질로 범벅이 돼 버린 요즘 황사한테는 꼭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긴 하다.


*중부발전 사보인 <중부가족>2008년 7+8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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