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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1만8천 이라크인 구금자 인권침해 심각 (2004.3.26)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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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천 이라크인 구금자 인권침해 심각
미군, 절도행각과 재산몰수 일삼는 ‘무장강도’
이라크인 구금자들 72명 조사 보고서 충격
2004/3/26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2003년 7월 30일 밤 바그다드에 사는 의사 탈리브의 집을 에워싼 미군들이 집안을 향해 마구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미군을 강도로 생각한 탈리브가 “문을 열겠다, 다 가져가라”라고 말했지만 미군은 계속 총격을 가했다. 한참동안 총을 쏘다가 집안으로 들어온 미군들은 가구를 뒤지고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탈리브의 세 아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무릎을 꿇린 미군들은 세 아들을 발로 짓밟았다. 이는 이슬람 문화에선 가장 큰 모욕이다. 집안을 다 뒤진 미군들은 탈리브에게 “이 집이 ××의 집이냐”라고 물었다. 집을 잘못 찾은 걸 안 미군들은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이미 포박한 세 아들을 어디론가 끌고 가 버렸다.

 


탈리브의 도움 요청을 받은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6곳 이상의 미군기지와 주둔군 사령부를 방문한 끝에 투옥자 명단에서 이들의 이름을 찾아냈다. 탈리브의 세 아들은 바그다드에서 1천km 가까이 떨어진 쿠웨이트 국경지대에 감금돼 있었다. 이들은 12월이 되어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대학로에서 열린 3.20 국제반전공동행동에 참가한 시민들.

1만1천명에서 1만8천명으로 추정되는 이라크인 구금자들이 미군한테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시카고에 본부를 둔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으로부터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만 대하는 미군들의 태도가 이라크인들을 저항조직에 가담하게 하고 결국 미군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라크인들이 미군을 ‘강도’라고 부를 정도로 미군들의 절도행각과 재산몰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5월 3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수많은 이라크인 구금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인터뷰한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이 가운데 72명의 사례를 종합분석해 지난 1월 ‘이라크인 구금자에 관한 보고서와 권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결론에서 “미군이 단기적인 안전을 확보할 목적으로 벌이는 군사행동은 이라크인과 이라크과도통치기구(CPA; Coalition Provisional Authority)를 포함한 전세계의 장기적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폭력적인 주거침입 △가족 면회 제한 △구금자 건강 △구금자 학대 △미군들의 절도행위 △목적이 불분명한 재산 몰수 △구금자 정보접근 제한 △치안 불안 등 8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라크과도통치기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즉각 정책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톨츠푸스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 대표는 특히 “‘이라크 경찰 고위간부가 나를 찾아와 미군에게 잡혀간 아들을 찾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통치기능이 부실하다”며 이라크과도통치기구의 무능력을 비판했다.

 

 

특히 충격적인 내용은 미군들이 구금을 하는 과정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고 이라크인 재산을 이유없이 징발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군들은 주거침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산손실에 대해서도 보상을 전혀 해주지 않아 원성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군들이 이라크인 주거침입 과정에서 돈과 재산을 맘대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무수하게 들었다”며 “이라크인들이 미군을 ‘강도’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들에게 몰수당한 재산과 돈을 돌려받은 경우는 한번 뿐이었다.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보고서에서 “미군들이 벌이는 폭력적인 주거침입 등이 이라크인들에게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으며 이는 결국 미군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야밤에 이뤄지는 주거침입이 “이라크 어린이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잠옷만 걸친 채 침대 밖으로 끌려 나오는 이라크 여성들에게 심한 수치심을 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구금자들의 건강문제와 위생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구금자들은 한결같이 변변한 옷이나 화장실도 없이 콩나물 시루같은 천막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금자들은 병에 걸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과도통치기구가 구금자 정보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구금자들을 방문하려는 가족들에게 엉뚱한 장소를 알려주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족면회를 제한하는 것도 구금자 가족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13일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 회원들이 여러 가족들과 함께 바그다드 서쪽에 있는 아부 그라이브(Abu-Ghraib)를 방문했을 때 미군 경비병들은 바그다드의 한 사무실에서만 면회 약속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구금자 가족들은 면회허가를 반년 동안 기다려야만 했다.

 

 

이와 관련 스톨츠푸스 대표는 “탈리브의 세 아들을 찾으려고 할 때 미군들은 장군부터 사병까지 한결같이 우리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가 당신들보다 적다’고 말할 정도로 이라크인 구금자 정보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사대상인 72명은 남자가 71명이고 여성이 1명이며 평균 나이는 32세이다. 이라크전쟁 종전선언 이후 투옥된 사람이 63명으로 대부분이었다. 스톨츠푸스 대표는 “수천명의 구금자와 구금자 가족을 인터뷰했지만 아주 확실한 경우만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며 보고서의 신뢰도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스톨츠푸스 대표는 “워싱턴 의회 사무실 사람들과 만났을 때 그들이 내게 ‘이라크 구금자 얘기를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며 “실제 미국 언론은 우리가 만든 보고서를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라크에 와서 평화활동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평화는 정의와 함께 할 때만 온전하다"

□ 인터뷰: 스톨츠푸스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 대표


네오콘에게 민주주의는 표 얻는 전시용일 뿐

 

“우리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기를 만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군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평화를 만드는 행동이 필요하다. 평화는 정의와 함께 할 때만 온전할 수 있다.”

 

스톨츠푸스는 독일어로 ‘자랑스러운 발’이란 뜻이다. 메노나이트 교단 일로 방한한 진 스톨츠푸스(Gene Stoltzfus)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CPT; Christian Peacemaker Teams) 대표는 오로지 노트, 카메라, 단체이름을 새긴 빨간 모자와 티셔츠, 그리고 성경만을 무기삼아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평화운동에 매진하는 평화운동가이다. 그는 작년 이라크에서 활동한 것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등 전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인권보호, 비폭력행동, 평화만들기 캠페인, 조사연구 등을 주도하고 있다. 군대 대신 감옥을 선택하는 기독교 평화주의로 유명한 메노나이트 교회 신자이기도 한 스톨츠푸스를 유네스코 국제이해교육원에서 만났다.

 

-미국인들은 이라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평화운동에 몸담은 미국인으로서 항상 느끼는 고민은 세계 차원의 많은 문제들이 결국 미국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군사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온난화같은 환경현안까지… 미국의 평화운동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전쟁을 비판적으로 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정부발표와 이라크 실제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언론에 등장하는 이라크인들의 말을 들어봐도 후세인이 없어진 이후 나아진 게 전혀 없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다가 돌아온 참전군인들이 경험한 일들이 알려진 것도 한 요인이다. 참전군인들의 얘기를 듣고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게 되고 심한 경우 큰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의회 일부에서 징병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다. 만약 징병제안이 공론화되면 지금보다 더 큰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

 

지난해 전세계 민중들이 단호한 목소리로 이라크침공을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고립되었다. 이것은 아주 고무적이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강력한 반전운동을 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 평화운동에 많은 영감을 주는 한국인들의 반전운동에 경의를 표한다.

 

-부시정권의 대이라크정책을 평가한다면

 

△부시정권에게 이라크 침공은 하나의 실험이었다. 부시 정권이 이라크를 점령한 다음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있기나 했는지 무척 의심스럽다. 미국이 이라크를 다루는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아마추어라는 생각만 든다. 폭탄이나 탱크만 앞세우지 협상은 전혀 없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다루듯이 폭력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할 뿐이다.

 

미군은 베트남전쟁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다. 미군은 베트남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이라크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무기가 발달한 것 빼고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 이라크를 방문할 때 나는 제국 군대라면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라크를 방문해보고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동유럽의 공산주의자들은 그대로 두었던 미국이 왜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해서는 뿌리를 뽑으려고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부시정권과 네오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다른 미국 평화운동가들처럼 부시가 재선에 실패하기를 바란다. 부시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좀 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다. 보수적인 유권자는 확고하게 부시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은 “우리에겐 힘이 있고 그걸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네오콘에게 민주주의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전시용일 뿐이다. 그런 견해가 부유한 상류층에게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백악관은 네오콘들이 설정한 의제를 진지하고도 심각하게 다룬다. ‘호전적인 시온주의자’들이 미국 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의 수준을 목격하는 것은 몸서리쳐질 정도다.

 

-미국 평화운동단체들이 구상하는 대선 대응 전략이 있다면

 

△평화운동가들 사이에 합의된 대선 전략은 없다. 있다면 랄프 네이더가 대선 출마를 하는 정도다. 네이더가 출마하면 민주당 지지표 일부가 네이더로 몰릴 것이다. 지난번 대선처럼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네이더가 출마하지 않으면 평화운동가들에게 대선은 남의 나라 일처럼 돼버릴 것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 많지 않다.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고 이는 1백년 이상 계속된 딜레마이다. 미국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한국의 의회민주주의가 미국보다 더 발달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어떤 단체인가

 

△시카고에 본부를 둔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메노나이트, 퀘이커, 형제단이 공동으로 1988년 설립한 단체이다. 도시지역 폭력추방활동을 비롯해 이라크․콜롬비아․팔레스타인 등지에서 평화활동을 벌인다. 20여년전 메노나이트 교단에서 기독인들의 평화단체 구성 제안이 있었다. 이후 열띤 토론을 거쳐 단체를 설립했다. 우리는 평화운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초청해 한달간 엄격한 교육을 시킨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기존 활동 경험과 성경의 원칙에 기반한 인권과 비폭력을 가르친다. 그렇게 교육한 사람들을 전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 파견한다. 보통 5-7명이 함께 움직이면서 현지 단체와 협력해 인권보호와 평화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인권보고서 작성도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3월 26일 오전 0시 4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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