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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역사이야기

어두운 올림픽의 역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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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정신을 이야기할 때 근거로 드는 것이 고대에 1200년간이나 열렸던(기원전 776∼기원후 393, 293회 개최) 올림픽이다. 그래서 현대 올림픽의 타락과 승부에 집착하는 스포츠 현실을 개탄하는 사람들은 항상 고대 올림픽의 순수성을 되찾자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대 올림픽은 순수한 아마추어의 무대가 아니었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시작하는 첫날 모든 선수들과 심판들이 올림피아의 평의회장 앞에 있는 ‘서약의 제우스’상 앞에서 부정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선서했다. 제우스상은 양손에 번개를 들고 있는데 부정을 저지르면 벼락을 맞을 줄 알라는 경고가 아닐까 싶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각종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올림피아에는 많은 제우스 동상 받침대가 남아 있는데, 이것은 부정을 저지른 자가 낸 벌금으로 제작된 것이었고 동상마다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뇌물혐의에 벌금물리자 올림픽 보이콧하기도

대표적인 부정은 뇌물을 먹이거나 국적을 속이는 것이다. 112회 올림픽(기원전 332년) 때 아테네의 5종경기 선수가 상대에게 뇌물을 주었다가 발각돼 벌금을 냈다. 재미있는 것은 아테네인들이 이 벌금을 취소하라며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폴리스들에게 비난과 공격을 받고 결국 굴복한다. 또 돈에 매수되어 국적을 바꾸었다가 본국에서 추방당하는 선수도 있었다.

아마추어 정신을 철저히 지킨 것도 아니었다. 출전 선수들은 월계관을 쓰는 영예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월계관은 귀한 집안의 자제가 금으로 만든 낫으로 직접 자른 것이었다. 여기에서 그치면 아마추어 정신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돈이 걸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각 폴리스는 우승을 독려하기 위해 우승자에게 막대한 특전을 부여했다. 동상을 세워주기도 하고 아테네에서는 상금과 함께 평생 공짜 식사를 제공했다. 아테네의 솔론 시대에는 올림피아 제전경기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500드라크라를, 지방경기에서 우승한 사람에게는 100드라크라의 포상금을 주었다.

1드라크라는 양 한 마리 혹은 곡식 1메딤도스(곡물의 단위)의 가치가 있었는데 500메딤도스의 땅을 가진 사람이 상류층이었다고 하니 경기에서 한번만 우승해도 당당히 상류층으로 편입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 포상금은 훗날 나라간의 경쟁이 격화되자 3000드라크라까지 치솟았다.

상금 위해 뛰는 프로선수도 있었다

선수들은 현재의 프로선수들처럼 다른 경기에도 출전해 막대한 돈을 벌었다. 당시에는 올림픽말고도 경기대회가 많았다. 한 도시에 하나 이상의 경기대회가 있었으며 아테네나 스파르타 같은 곳에서는 수십 개의 경기대회를 개최했다. 도시마다 우수한 선수를 유치하기 위해 상금을 내걸었고 당연히 이를 노리는 전문 직업 운동선수들이 등장했다.

한마디로 프로선수가 등장한 것인데 그 수가 상당했다. 특별히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 대부분이 프로화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처음에는 상류 계급에 한정되던 출전 자격이 외국인은 물론 하층 계급에게로 확대되었다. 엄청난 돈과 신분상승, 그리고 국가의 위신, 엄밀한 의미에서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아마추어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우리는 올림픽 기간만큼은 ‘올림픽휴전’이라고 해서 전쟁도 중지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이 많았다. 폐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그 예다. 스파르타는 90회 올림픽 때 전쟁을 벌여 벌금을 부과 내야 했는데 이것을 거부했다가 제명당하기도 했다.

더 심한 경우는 엘리스와 피사의 전쟁이다. 올림픽은 본래 피사에서 열렸다가 올림피아가 있던 엘리스에서 개최되었다. 피사는 주최권을 되찾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가 패해 폐허가 되고 말았다. 올림픽 주최권 문제가 전쟁도 부른 것이다.

관계자만 4만 명이 모이는 큰 행사였기 때문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여든 사람들도 많았다. 정치가들은 자기 세력을 과시했고 선수를 매수하기도 했다. 웅변가나 시인, 평론가,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기 위해 모여 들었다.

결국 돈, 명예, 정치를 떠난 ‘순수’한 올림픽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소망이었을 뿐이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올림픽의 초기 정신이다. 올림픽의 초기 정신은 전쟁을 중단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제전을 개최하여 우정을 두텁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올림픽의 개최지는 신성지역으로 구분되어 성을 쌓지도 못하고 무기를 가지고 들어올 수도 없는 중립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우리가 정말 기억해야 할 올림픽 정신은?

올림픽의 기원과 정신은 반전과 평화에서 시작했다. 당시 펠로폰네소스의 도시국가들은 연이은 전쟁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더구나 페스트까지 창궐해 참담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때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를 위해 올림픽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올림픽은 통합의 상징이다. 1200년 동안 어떤 강대국이든 반전평화의 원칙을 지켜야 했다.

올림픽은 다원주의를 원칙으로 했다. 그래서 특정 종교를 강조하는 것도 금지했다. 올림픽이 중단된 것은 그리스가 로마에 합병되고 나서도 400년이 지난 395년이었다.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정한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올림픽 제전을 이교도들의 종교행사로 규정해 폐지한 것이다.

1500년 후 쿠베르탱은 전쟁 등으로 피폐해진 유럽의 평화를 위해 올림픽을 다시 창시했다. 쿠베르탱은 고대 올림픽대회가 외부세력들이 올림픽 정신을 좀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 IOC마저도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IOC와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이유가 혹시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하는 운동 상황을 보면 유치를 실패한 게 돈 벌 기회를 잃은 것 같아 더 소란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것은 그래도 원래 초기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일 게다. 아직도 스포츠 정신을 위해 올림픽을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과거를 막연히 그리워할 게 아니라 진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원래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어땠는지를 제대로 보면서 교훈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정창수(역사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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