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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아시아시민사회, 6월 한국을 주목하라 (2004.3.12)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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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민사회, 6월 한국을 주목하라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연대로 5] 반세계화 운동
시애틀, 칸쿤 이은 반세계화 투쟁 국제적 관심
2004/3/12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오는 6월 13-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를 맞아 시민사회단체들이 아시아연대를 통한 정상회의 반대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9년 시애틀, 2003년 칸쿤에 이어 2004년 서울에서 다시 한번 반세계화투쟁이 터져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사회단체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가 사실상 아시아 지역에서 신자유주의 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럼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민사회단체들도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국의 반세계화투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 반대투쟁을 아시아 사회운동간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자는 의견이 아시아 각국의 사회운동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는 반전투쟁과 반세계화운동이 실천적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미 타이에 본부를 둔 남반구의 초점 등이 국제반전총회 서울 개최를 제안한 상태며 한국시민사회단체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반세계경제포럼투쟁을 통해 지난 1월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광범위한 합의를 이룬 ‘반전운동과 반세계화운동의 결합’을 실천적으로 이루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전소희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국제연대팀장은 “아시아가 너무나 큰 대륙이다 보니 의제설정하는 것 자체가 힘든 측면이 있던 게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당위가 아니라 실제 정세가 아시아연대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6월 투쟁을 준비하는 시기이자 세계사회포럼 이후 운동 전략을 수립하는 시기”라며 “6월을 실질적인 아시아연대를 일구는 전환점으로 삼자”고 호소했다.

신자유주의 지배엘리트에 대항

시민사회단체 6월 투쟁 준비

“아시아민중들이여, 한국의 6월을 주목하라”

6월에 대안세계화·반전·평화·통일을 아우르는 강력한 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6월 13일은 효순이 미선이 2주기이다. 6월 13일부터 14일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가 열리며 15일은 남북정상회담 4주년 기념일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를 “신자유주의 지배엘리트들의 축제의 장”이라며 강력한 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6월 14-15일 열리는 아시아사회운동총회에 참석하는 아시아 활동가들과의 실질적인 아시아연대를 통해 강력한 공동행동을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반전운동과 반세계화운동을 하나로 결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미선이 효순이 2주기와 서울 개최가 유력시되는 국제반전총회,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 4주년 기념일을 맞아 이라크파병반대, 한반도 위기 평화적 해결 주장과 세계경제포럼 반대 요구를 결합하겠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세계경제포럼 대응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이창근 민주노총 국제부장은 “효순이 미선이 2주기, 6·15 남북공동선언,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 세가지 사안을 연계해서 대응하는 방안을 민주노총 차원에서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 시기에 임단협투쟁이 집중되는 시기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 부장은 “임단투 진행상황이 투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한 나라의 경계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라는 공간을 아시아연대를 확인하는 저항의 자리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강력한 투쟁을 위해 새로운 조직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시아사회운동총회 6월 서울 개최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에 맞서 아시아 사회운동가들은 아시아사회운동총회를 연다. 6월 14-15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사회운동총회는 대안 세계화를 위한 아시아연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하반기 홍콩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한반도 위기를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문제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적극적인 아시아연대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사회운동총회는 실질적인 공동행동을 모색하고 아시아연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소희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국제연대팀장은 “대안세계화 국제연대에서 아시아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와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아시아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아시아운동세력이 더욱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 대응방안을 모색할 때 처음 제안된 아시아사회운동총회는 지난 1월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을 거치면서 한국개최가 결정됐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이번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는 미국이 동아시아 주도적 위치와 지배권을 확인하는 것과 함께 그 속에서 갖는 한국의 위치도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현 정권이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이데올로기의 정당성, 그리고 그 일환인 동북아 허브구상을 선전하려 할 것으로 전망되며 구체적으로는 한-일,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우 국장은 “이번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에 아시아 4백여곳의 실질적 기업경영진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의 주요도시 시장·정치인을 초청받는다”며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가 경제 거물들의 사교회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세계화를 위한 전략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반전과 반세계화는 동일선상"

인터뷰: 남반구의 초점 활동가 메리 루 말리그

지난 6일 한국을 찾은 메리 루 말리그 남반구의 초점(Focus on the Global South) 활동가는 아시아연대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한다. “식량, 지역안보, 사유화 등의 문제에서 우리는 공동의 적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개발도상국 정부들도 지역연대를 통해 선진국에 대항한다. 아시아 민중들도 힘을 합쳐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맞서야 한다.”

말리그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는 단순한 정상회담이 아니다”며 “세계경제포럼은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복무하고 다국적기업은 군사확장에 관여한다”고 지적했다. “세계화와 군사주의가 다르지 않듯이 반세계화와 반전이 다르지 않다”는 말리그는 미국 항공사 보잉을 예로 들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안보면제권’이라는 조항이 있다. 후진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농산물 등에 예외를 두는 조항이 있는 것처럼 안보분야에서 안보위험 가능성이 있는 특별한 국가가 자국 군수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규정이 바로 안보면제권이다. 미국은 이 조항을 이용해 자국 군수산업에 국가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보잉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전투기를 만들고 세금혜택도 받는다. 문제는 보잉이 그 돈으로 상업용 비행기 부문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보잉은 자유시장 원리조차 위반하는 불공정한 특혜 덕분에 2002년에만 5백4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보잉이 만든 F-15, F-18, B-52는 수많은 제3세계 민중들을 죽이는 데 이용된다. 비단 보잉만 그런게 아니다. 이라크 재건사업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벡텔은 볼리비아에선 물사유화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반전과 반세계화가 다르지 않다는 강력한 근거이다.”

1995년 설립된 남반구의 초점(Focus on the Global South)은 방콕에 본부를 두고 필리핀, 인도, 제네바에 지부를 두고 있는 국제단체이다. 남반구의 초점은 운동을 지도하는 게 아니라 각국의 핵심의제를 조사하고 지원책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말리그는 “초보활동가이든 교수든 동료의식을 갖고 토론하고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남반구의 초점을 자랑했다.

필리핀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말리그의 논문 지도교수가 바로 남반구의 초점 설립자인 웰든 벨로 교수였다. 졸업을 앞두고 프리랜서 기자가 될지 엔지오 활동가로 일할지 고민하던 그에게 웰든 벨로 교수는 남반구의 초점에서 같이 일할 것을 제안했다. 말리그는 이내 웰든 벨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평소 웰든 벨로 교수를 존경했다. 게다가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안을 국제적인 눈으로 거시적으로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칸쿤 투쟁을 비롯해 한국 활동가들과 여러 번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말리그는 한국 운동에 대해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다. 그는 서슴없이 “필리핀과 타이 활동가들이 한국 운동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특히 “상대방 운동노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같이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반면 말리그는 “한국 활동가들이 부끄럼을 너무 많이 탄다”고 꼬집는다. 국제회의에서도 한국 활동가들은 말도 잘 못하고 수줍어한다는 것. 그는 “한국 운동가들이 자신감을 가질 만 한데도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안한다”고 비판했다.

“혹자는 언어문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영어 문제가 아니다. 사실 아시아의 수많은 활동가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 어차피 영어실력이 그만그만하기 때문에 서로 배려를 해준다. 우리는 국제연대를 위해 만나는 것이지 영어실력 시험 보려고 만나는 게 아니지 않는가. 문법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필요도 없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3월 12일 오전 4시 5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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