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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송두율 교수 사건

송두율 교수 “조중동있는 한국사회 희망없다”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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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건 창립 30주년 축하편지 보내 

“조중동은 사람을 머저리로 만드는 신문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송두율 교수가 수구언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6일 열린 민주사회건설협의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 축하편지를 보내 이같이 밝혔다. 송 교수는 “조중동이 있는 한 한국사회에는 희망이 없다”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런 신문 보지 말라고 권유해달라”고 유럽 민주인사들에게 전했다.

송 교수는 수구언론의 문제로 “상업주의, 선정주의, 반공과 숭미주의를 교묘하게 포장해서 올바른 여론 형성을 가로막는 점”을 지목하면서 “보수언론이야말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가 안팎으로 엄청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과도기”라고 규정했다. “기득권 세력은 갑자기 잃어버린 고지 탈환에 혈안이 돼 있고 그러다 보니 자꾸 무리수를 둔다. 개혁세력은 정권을 잡았으나 이를 견고하게 다지고 개혁을 추동할 힘이 없다보니 갈팡질팡한다. 한마디로 주인 없는 사회처럼 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갈등과 혼란을 지켜보면서 제일 먼저 이 사회의 흐름을 잡아주는 정론의 부재를 느낀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 교수가 보낸 편지 전문이다.

민주사회건설협의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서 자리를 같이한 여러분께!

정말 보고싶습니다. 작년 9월 21일 베를린 테겔 공항을 출발할 때는 여러분들과 오늘 자리를 같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시간도 꽤 흘렀으나 여태껏 이곳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의 조사로 한달, 이어서 작년 10월 22일 구속 수감된 이후 지금까지 다행히 건강에 큰 문제없이 지냈습니다. 비록 몸은 한 평의 작은 공간에 갇혀 있습니다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스럽고 맑은 것은 저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그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항상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목소리 속에 여러분들의 그것도 함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동안 바깥세상을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제가 여러분들께 전할 것이라고는 이곳 구치소 생활뿐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러나 저는 이 구치소를 조그마한 한국처럼 느끼고, 지난 37년간 경험치 못한 한국사회를 압축적으로 그리고 속성(速成)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이곳에는 현재 많은 정치인들이 수감되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재벌기업회장들도 있습니다. 절도, 사기, 폭력범은 물론 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되어 집행날짜를 기다리는 사형수까지 함께 생활하니 이 구치소야말로 한국사회의 표본실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이 사회가 오늘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의 핵심을 잘 볼 수도 있습니다.

일년 전 노무현정부의 출범은 바로 그러한 문제를 분명히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 한국사회는안팎으로 엄청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과도기에 놓여 있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갑자기 잃어버린 고지의 탈환에 혈안이 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자꾸 무리수를 두고 있고, (개혁세력은) 정권을 잡았으나 이를 견고하게 다지고 개혁을 추동시킬 힘이 없다보니 갈팡질팡하는, 한마디로 주인 없는 사회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문제, 이라크파병, 한-칠레자유무역협정(FTA) 해결문제, 가중되는 경제위기와 사회불안이 함께 뒤섞여있는 이 상황을 국민의 이익과 민족적 이해라는 관점에서 타개하려는 것보다는 당리당략에 몰려다니면서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과 혼란을 지켜보면서 저는 제일 먼저 이 사회의 흐름을 바로 잡아주는 정론(正論)의 부재를 느끼게 됩니다. 특히 보수언론의 피해는 막심합니다. 상업주의, 선정주의, 반공과 숭미주의를 교묘하게 포장해서 올바른 여론 형성을 가로막고 있는 보수언론이야말로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 문제를 둘러싼 보수언론의 횡포를 직접 경험한 저였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조중동이 있는 한, 한국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물론 그와 같은 신문 보시지 않겠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런 신문 보지 말라고 권유하십시오. 한마디로 사람을 머저리로 만드는 신문이라고....

두 번째로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같이 싸웠던 동지들 중에는 이미 우리 곁을 떠난 분들도 있고 병석에서 고생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전히 지속되는 분단상황 속에서 남북으로 삶의 터전을 달리 한 동지들도 있습니다. 구치소에 있다보니 이 곳에 있는 동지들을 다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만, 이미 은퇴생활을 하는 동지들도 있고 머지않아 은퇴생활에 들어 갈 동지들도 있습니다.

30년의 지난 세월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일도 경험했습니다. 저의 재판에 이삼열 교수님은 저의 변호인 측의 증인으로, 오길남은 황장엽이 소장으로 있었던 <국정원> 소속의 한 연구소에서 밥을 얻어먹고 있군요. 또 한사람의 검찰 측 증인이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가 바로 최창동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을 생각하면서 떠올린 결론이 있습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것입니다. 쓸데없이 과격하게 원칙을 고수하고, 그 결과로 조직 내에서 불화를 야기해 결국 조직을 파괴하면 남은 것은 <변절>의 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모든 운동은 중용(中庸)과 인화(人和)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지난 30년을 뒤돌아보고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한이 없습니다만 우선 떠오르는 두 가지 생각-언론의 문제와 운동의 원칙문제-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지난 입춘(立春) 추위는 정말 매서웠습니다. 한 두 차례 꽃샘추위가 오기는 하겠지만 오는 봄을 결코 막을 수 없습니다.민주와 통일의 봄도 마찬가지입니다. 머지 않아 서로 만날 수 있는 따뜻한 그 날을 고대하면서 모두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매화는 한번 추위를겪지만 그의 향기를 팔지 않습니다"(梅一生寒不賣香)

2004년3월 1일

서울구치소에서

송두율 드림

2004년 3월 12일 오전 3시 2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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